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숲 속에서 새소리를 듣는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름다운 소리만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산들바람이 다가온다. 바람은 더욱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새가 있고, 바람이 있다. 그리고 내가 있다.
오랫동안 첫사랑의 꿈을 꾸었다. 어렴풋한 모습도 꿈 속에서는 모두 그녀로 상징되었다. 젊은 시절의 격한 감정을 유도했던 모형비행기처럼 풋사랑의 상처는 끊임없이 나를 흥분시켰다. 계속해서 나로 하여금 슬픔의 호수에 잠겨있게 했다.
일상의 생활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란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폭군에 지나지 않는다. 거역할 수 없는 잡다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를 먹어갔다. 영원히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을 그리면서.
밤에는 아름다운 별이 빛난다. 한낮의 소음 때문에 잃어버렸던 꿈의 세계가 시작된다. 그 속에는 사랑이 있다. 별에 묻어 놓았던 사랑을 보물 캐듯 찾아 나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아껴주는 일, 함께 마음 아파 하는 일, 서로의 마음 속을 찾아 헤매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사랑의 신을 믿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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