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평생을 살아온 남자

 

시장 선거운동과정에서 정국영 후보가 노인회 단체관광을 갈 때 100만원을 주었다는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에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자, 당사자인 정국영 후보와 노인회 총무, 노인회 회장은 모두 전면 부인에 나섰다.

 

정 후보는 자신은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총무 역시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인회 회장도 당시 음료수값은 자신이 개인돈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로 정 후보는 노인회 총무에게 100만원을 현찰로 주었고, 그 돈을 가지고 노인회 회장과 총무가 상의하여 지역노인회 단체관광을 하면서 일부를 술과 음식, 음료수를 사는데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주고 받은 정 후보와 노인회 총무가 말을 맞추어 극구 부인하고 있으니 경찰로서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노인회 회장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단체관광을 가기 며칠 전에 농협지점에서 200만원을 현금으로 찾은 증거자료를 제출하면서 그 돈 중 100만원을 자기 부인에게 생활비로 쓰라고 주었고, 나머지 100만원은 노인회 단체관광갈 때 사용했다고 말했다.

 

물론 노인회 단체관광 때 공금을 사용한 것은 모두 영수증이 있었지만, 100만원 중 35만은 여행지에서 그때그때 현금으로 사용했고, 나머지 65만원은 현재 노인회장이 보관하고 있다고 하면서 현금 65만원을 수사관에게 보여주었다.

 

노인회 총무도 말을 맞추어 노인회장이 진술을 뒷받침했고, 관광을 같이 다녀온 노인회원 중에서 몇 사람은 노인회장과 단짝이어서, 만일 노인회장이 내일이라도 돌아가시면 따라서 같이 천국으로 올라갈 정도여서 노인회장과 노인회 총무의 진술을 강하게 지지하는 사실확인서를 공증까지 해서 제출했다.

 

수사가 이렇게 진행되자 결국 경찰에서는 정국영 후보가 노인회에서 관광을 떠나는 날, 관광버스까지 올라와서 노인들 잘 다녀오고, 모두 120세까지 살아야 할 역사적 사명이 있는 분들이라고 극찬을 했던 사실은 있으나, 정국영 후보는 원래 법을 신주단지 모시는 것처럼 지극 정성으로 지키는 사람이어서 당선되기 위해 비겁하게 노인회에 돈을 줄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정국영 후보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법을 잘 지키는 모범시민이었는지를 이렇게 강조했다.

 

자신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수칙’을 스스로 터득해서 지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날이면 며칠 동안 영양분섭취를 중단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도 횡단보도 선 그어있는 곳에서 1센치미터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통 1~2미터는 선을 벗어나서 걷고, 특히 횡단보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횡단선을 크게 벗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정국영 학생은 저런 아이들은 나중에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판사나 검사’ 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횡단보도의 선 하나 지키지 않는 학생이 어떻게 ‘법과 정의’를 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정국영 학생의 소신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횡단선을 지키지 않고 빨리 요령껏 건넜던 친구들이 대부분 법집행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국영은 이런 비참한 사회현실을 보고 결국 이래서 성경에서도 ‘곧 말세가 온다’고 예언한 것이라고 믿었다.

 

정국영은 성년이 되어 술과 담배를 시작했을 때에도 반드시 마시는 술의 양과 피는 담배의 양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한번에 소주는 1병 반, 맥주는 10병 반으로 정해놓았는데, 만일 술자리에서 상사가 그 이상의 양을 권하면 목숨을 걸고 항명을 했다.

 

소주 반병의 계산방식은 약간 복잡했는데, 두변째 소주병은 마시기 전에 맥주잔 2개에 똑같이 따라놓고, 가지고 다니는 문방구용 자로 수평선이 정확하게 맞는지 재놓고 반의 양만 마셨다. 만일 실수로 반병을 마시다가 다른 반병의 잔을 마셔서 정확하게 마실 목표치가 계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화장실에 가서 그때까지 마신 소주를 모두 토해서 제로로 만들어놓고,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정국영도 사실 이럴 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모범시민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심지어 여자와 잠자리를 할 때에도 자신이 정한 시간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사전 애무시간, 정식 교접시간, 사후 애무시간을’을 10분 단위로 나누어서 실천에 옮겼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런 원칙을 지키는데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정국영은 이런 여자들을 ‘개념 없는 여자’ ‘법을 지킬 수 없는 불쌍한 인간’으로 단정하고 계속해서 국영의 법과 원칙을 지키는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여자들은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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