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여자 치맛속을 불법촬영한 범인의 핸드폰을 찾아내다
배불만(가명, 48세)은 강조했다. 자신은 법과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방송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지하철에서 여자의 치마속을 찍을 생각을 했겠느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불만은 여자 약사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살다가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지만,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도 있다고 했다.
그 여자 친구도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연예인이라고 암시했다. 이 대목에서 불만은 갑자기 으시대는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관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잘못했다가는 억울한 시민을 술에 취한 공칠 때문에 불법도촬혐의로 현행범체포했고, 게다가 체포 과정에서 공칠이라는 민간인이 피의자를 폭행하고 불법적으로 신체수색을 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피의자는 방송사에 근무하는 언론인이었다. 경찰관은 꼬리를 내렸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조사를 마치겠습니다. 피의자가 잃어버렸다는 핸드폰을 확보하면 다시 조사를 하겠습니다.”
“아니, 경찰관!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범죄인 취급을 하고, 폭행을 가하고 그냥 돌아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 깡패 새끼를 구속시켜주세요. 그리고 내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사실을 경찰관이 서면으로 써서 확인해 주세요.”
경찰관은 공칠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빠른 시일에 불만의 핸드폰을 찾아오라고 했다. 공칠은 기가 막혔다.
“경찰관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분명히 이 사람은 저 여자의 치마 밑에 핸드폰을 대고 사진을 찍었단 말입니다. 저도 에스컬레이터에서 저 여자 치마 속을 보았어요. 빨간 팬티였어요. 여자 분! 맞지요? 팬티 색깔이 빨갛지요? 그런데 이 나쁜 범인을 그냥 돌려보낸다는 겁니까?”
여자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고 있었다. 공칠이 자세히 보니 여자의 치마가 너무 짧았다. 거의 팬티 수준이었다. 공칠은 여자의 나이와 직업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걸 물어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공칠은 고등학교 다닐 때 동네에서 어떤 서른 살 먹은 남자가 여자 팬티만 훔치고 다니다가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었다. 당시 그 남자는 혼자 살면서 이상하게 여자 팬티와 브러자만 훔치고, 수집하러 다녔는데, 나중에 경찰에 붙잡혔을 때 방에 여자 팬티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하양, 검정, 보라 등 999개가 있어 모두 압수되었다.
팬티 숫자가 천개를 넘지 않고 999개에서 멈춘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 남자 말이 아홉 구자가 행운의 숫자이고, 999개의 팬티를 모아서 고이 간직하고 있으면 9개월 이내에 멋있는 여자가 나타나 자신의 애인이 된다는 어떤 점보는 노파의 말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남자는 수집한 팬티가 아무리 더럽고 냄새가 나도 절대로 세탁을 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그 남자의 방에서는 24시간 악취로 뒤덥혀있었다.
남자는 그 일로 징역을 살고 6개월 후에 출소했는데, 정말 점보는 사람 말대로 9개월이 되는 마지막 날에 이혼하고 혼자 사는 마흔 살 먹은 여자를 만났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성격도 맞고 속궁합도 잘 맞아서 곧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동거한 지 한 달 만에 그 여자가 산 로또가 당첨이 되어 1억원을 받았다. 두 사람은 무척 행복해졌다. 한때 새로 만난 여자가 남자에게 제발 수집한 팬티를 버릴 수 없느냐고 사정을 했지만, 남자는 그것을 버리면 자신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을 해서 여자가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다만, 지금처럼 방에 널어놓고 있는 대신, 라면 박스에 차곡차곡 쌓아서 특별히 보관하는 방법에 합의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남자를 변태로 생각하기 보다는 여자 팬티 999개가 결국 그 남자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수호신이라고 믿게 되었다. 공칠은 과거 동네에서 있었던 팬티사건을 떠올리며 경찰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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