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감독
가을사랑
오전 11시 반경에 청담동에 있는 리베라 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손님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아주 오래 전에 자주 다니던 곳인데, 참 모처럼 가게 되었다. 그래도 한때 많이 다니던 곳이라, 그곳에 가면 낯설지 않고 마음이 푸근하다. 12시 조금 지나 나와서 영동대교를 건너 학교로 갔다.
두 번째 시험감독을 하는 날이다. 첫 번째 보다는 많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상당히 긴장을 했는데 한번 경험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한 교실에 35명이 앉아서 시험을 본다. 7명씩 5줄로 나란히 앉았다. 인성적성검사는 70분 시간에 모두 150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생들 모두 나름대로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는 시간이다.
교탁에 서서 학생들이 열심히 문제를 푸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가끔 학생들이 고개를 들고 앞을 쳐다보면 눈이 마주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혀 고개를 들지 않고 문제를 풀고 있다. 너무 고개를 숙여 제대로 풀어질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너무 가깝게 문제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지 않을까? 어떤 학생은 귀를 막고 있었다. 소음이 방해될까봐 그런 것 같았다.
논술시험은 90분간, 1200자 범위에서 글을 쓰는 시험이었다. 연습지에 써놓고 정식의 답안지에 제대로 정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20분도 안 남겨놓은 학생도 있었다. 언제 옮겨적을까 걱정도 되었다. 감독은 불필요한 말을 해서도 안 된다. 그냥 객관적으로 시험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관찰만 해야한다.
90분 동안 한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일도 쉬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학생들이 긴장된 상태에서 문제를 푸느라, 답안을 작성하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런대로 시간을 지나갔다.
아주 옛날 내가 대학입학시험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나도 저런 모습으로 앉아서 시험을 보았을 텐데, 그냥 좁은 우물안 개구리 시각에서 시험을 보았고, 시험의 의미를 잘 몰랐을 것이다.
내 방에서 시험을 치룬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답안지 하나 하나에 내 감독확인 서명을 해나갔다. 시험을 마치고 캠퍼스로 나왔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가을은 달라진 밤공기에서 확연히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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