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토론


                                                          가을사랑

 

 


금요일 저녁 7시 20분부터 9시까지 KBS 열린 토론에 패널로 참석하였다. 정관용 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론제목은 ‘사법시험 심층면접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성균관대 법학과 김민호 교수님, 정미화 변호사님,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님,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인 우병우 부장검사님이 패널로 함께 참석했다.


토론을 해보면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토론이 의미가 있고, 유익한 것임을 알게 된다. 혼자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사법시험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논의되었다. 하루 빨리 사법시험제도의 불합리성, 폐해가 시정되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


로스쿨제도를 도입한다는 논의도 여전히 표류상태에 있다. 법대생들이 제대로 강의도 듣지 않고 그냥 신림동 고시촌에 틀어박혀 법률서적이나 외우고, 대학 수능시험 준비하듯이 학원강의에 전적으로 매달려 시험보는 기술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해야 시험에 붙을 수 있는 분위기다. 누구를 탓하랴.


이런 시험제도에서 배출되는 법률가는 단순한 사고에 충분치 못한 법률지식, 편협한 마음으로 사회에 나오면 결코 존경받지 못하는 기능인에 불과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과 제도란 그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그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관용 사회자는 벌써 토론 사회만 1000회를 돌파했다고 한다. 손석희 아나운서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토론사회자임이 분명하다.


토론을 마치고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남산으로 갔다. 순환도로를 산책했다. 도중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모자를 쓰고 있었으므로 비가 와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낙엽들이 떨어져 비를 맞고 있었다.


은은한 수은등 아래 낙엽들은 떨어진 상태에서도 빗물과 교감하고 있었다. 빗물은 낙엽에 다가가 위로를 하고 있었다. 떨어졌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귓속말로 속삭이고 있었다.


빗물과 낙엽 모두 ‘떨어졌다’는 점에서는 같은 입장이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흘러갈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빗물은 다른 빗물들과 합쳐질 것이지만, 낙엽은 결코 다른 낙엽들과 합쳐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낙엽은 고독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낙엽은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낙엽은 빗물과 달리 자신이 몸담았던 고향을 떠나지 않고 머물 수 있었다. 멀리 떠나지 않을 수 있기에 함께 정을 나누었던 다른 낙엽들과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가을은 떠나가면서도 이런 낙엽과 빗물을 걱정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가을은 낙엽과 빗물에게는 절대적인 구원자였을 것이다. 그들이 몸과 마음을 의지하고 싶었던 유일한 안식처였을 것이다. 그런 가을이 이제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가을을 유난히 좋아하는 가을사랑도 외로워졌다. 낙엽과 빗물처럼 서글픔을 간직하면서 남산의 가을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국립극장 앞에서 시작한 산책은 숭의대학 앞으로 해서 명동, 청계천, 종로길, 동대문 평화시장으로 이어졌다. 밤늦은 시간에 서울 시내를 그렇게 걸으니 묘한 맛이 있었다. 어두운 길과 환한 길, 사람들이 많은 곳과 없는 곳이 구별되었다.


종로 3가에는 포장마차가 여러 군데 있었다. 그 부근에 있는 재래시장 골목에 가서 간단히 회를 시켜놓고 청하를 한병 마셨다. 회는 아나고회와 멍게를 함께 한접시 주면서 15000원이라고 한다. 음식솜씨가 아주 좋았다. 아주머니는 달랑무를 가지고 무김치를 손수 만들고 있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앉아있는 나무의자에는 무슨 장치를 해놓아서 따뜻했다. 평화시장에 가서 옷구경을 했다. 수많은 의류제품들이 있다. 모양도 좋고 품질도 참 좋다. 몇 가지 옷을 샀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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