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과 무고죄
가을사랑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복잡하다. 서로가 좋을 때에는 아무 것도 따지지 않지만, 사이가 나빠졌을 때에는 무섭게 따지고 달려든다. 애정이 교차하는 길목이란 항상 위험이 있다. 서로가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는 고속의 차량이 교차로에서 충돌하면 대개 사망의 결과가 따른다.
남자와 여자가 가깝게 지내다가 사이가 나빠져 법적 분쟁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남녀 사이의 일은 대개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데이트도 그렇고, 육체관계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남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남녀 사이의 돈거래도 마찬가지다. 애정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돈을 주고 받는데 무슨 자료를 만들겠는가? 애인 사이에, 내연의 관계에서 돈을 주고 받을 때 서로 엄격한 거래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믿고 거래를 한다. 그러다가 이상한 상황이 생기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서로 좋아서 화간을 해놓고도 강간을 당했다고 고소를 한다. 손만 잡았을 뿐인데 아예 성교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고소를 한 사람이나 고소를 당한 사람은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태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지어낼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거짓말을 수사관은 믿게 된다.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반박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의 임무라고 하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있었던 과거지사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고 징역을 살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죄를 짓고 징역을 살면 괜찮다. 그러나 하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다면 그야말로 분통이 터질 노릇이고, 한이 맺혀 죽을 때까지 가슴에 응어리가 지게 되는 것이다.
무고죄라는 범죄가 있다. 허위의 사실을 신고해서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처벌받게 하는 것이다. 가끔 유부녀가 바람을 피다가 남편에게 들키면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강간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렇지 않고 사실대로 간통을 했다고 하면, 성질이 급한 남편이 살인이라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다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그러면 남편은 그 말을 믿고 부인으로 하여금 상대방 애인을 강간죄로 고소하라고 한다.
부인은 일단 말을 꺼내놓았기 때문에 애인을 상대로 강간죄로 고소를 하고, 그런 주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 애인은 정말 황당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강간이 아니고 화간이라는 주장을 하고, 서로가 대질조사를 통해 싸움을 하게 된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대부분은 강간이 아닌 것이 밝혀져서 고소한 부인이 거꾸로 무고죄로 처벌받게 된다. 부인은 무고죄가 되지만, 상대방 애인은 강간혐의는 벗고 대신 간통죄로 처벌받게 된다. 이때 부인의 경우는 무고죄와 간통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벌받는다.
현실적으로는 허위고소를 당했을 때 무혐의결정을 받기까지 무척 힘이 든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당하게 된다. 무고죄는 죄질이 나쁜 범죄다. 형법은 그래서 무고죄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제156조).
일반적인 돈거래에 있어서 제대로 영수증과 같은 증빙자료를 명확하게 받아두지 않거나, 제대로 보관하고 있지 않다 보면 이상한 상황에서 허위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돈을 빌려 쓰고 다 갚았는데 제대로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가, 상대방이 돈을 또 갚으라고 소송을 걸어오면 억울한 마음에 상대방을 소송사기미수죄로 고소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거꾸로 고소한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한다. 그러나 증거법상 상대방은 완벽하게 차용증과 같은 자료를 가지고 있고, 돈을 갚은 사람은 현금으로 단 둘이 있었을 때 갚았고, 아무런 영수증도 받아놓고 있지 않았다면 억울하게 무고죄로 뒤집어쓸 수가 있다. 그게 법의 한계이고 함정이다.
법을 악용하는 악질적인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때문에 거래를 할 때 증거자료를 철저하게 챙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최근에 어느 교수가 고소를 당해 직위해제 당했는데, 나중에 검찰수사결과 고소인이 무고죄를 범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고소인은 교수연구실에서 성폭행하려는 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면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고소인이 제출한 녹취록은 짜깁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검찰은 고소를 당한 교수를 무혐의처리하고 고소인을 무고죄로 불구속기소했다고 한다.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 가서 최종적으로 밝혀지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사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