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규범의 성격
가을사랑
법과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면 1학년때 법학개론과 함께 헌법, 민법총칙, 형법총론 등을 배우게 된다. 법학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고 중요한 과목들이다. 고등학교 때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는 것과 같다.
헌법은 일반 법률보다 상위의 기본법이다. 헌법은 국가의 이념과 체제를 정하고, 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며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분립을 규정하고 있다. 모든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면 위헌으로 선언되고 무효가 된다.
헌법에 입각해서 민법이나 형법과 같은 법률이 제정된다. 민법은 일반 사적인 거래와 혼인등 친족관계를 규율하고 있다. 형법은 범죄로부터 개인과 사회,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형법에는 범죄를 규정하고 그에 대한 형벌을 정해놓고 있다. 형법은 규범의 형식으로 성립한다. 규범이란 당위명제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형법을 포함한 일반적인 법은 규범으로서 존재법칙과 구별되며 다음과 같은 논리구조를 지니게 된다.
첫째, 가설적 규범이다. 종교적 규범은 명령형태로 나타나고 단언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덕질하지 말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는 등의 형태로 일정한 행위를 명령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교리에서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고 있는 명령에 대해서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종교적 명령을 순종하지 않는 것은 그 종교에 철저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그 결과는 종교적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형법은 일정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만일 그러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되면 어떠한 형벌을 받게 된다는 뜻을 정하고 있다. 즉,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사람을 살해하게 되면, 사형 등의 형벌을 과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형법은 종교규범이나 도덕규범과는 달리 가설적 규범의 형태를 띄고 있다. 가설적 규범이기 때문에 살인을 하지 않으면 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살인을 하더라도 형법에서 정해놓은 법정형의 범위 안에서만 처벌받게 된다. 사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는 형법상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결코 사형을 당하지 않게 된다.
둘째, 형법은 행위규범이다. 형법은 일정한 행위에 대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거나, 일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다. 이처럼 형법에는 수 많은 금지규범과 명령규범이 포함되어 있다. 형법규범이 적용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형법에 규정된 각종 금지와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형법은 그 적용대상이 되는 일반인에게는 형법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한다는 행위규범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형법이라는 행위규범대로 행동을 하지 않으면 형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처벌받지 않으려면 형법에서 정한 대로 행동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지키지 않으면 처벌되는 행동준칙이 바로 형법이다.
또한 형법은 재판규범이다. 형사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 대해서도 형법은 반드시 형법규범에 따라 재판하여야 한다는 명령을 하고 있다. 법관이 형법을 무시하고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에 대해,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형벌의 범위 내에서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형을 정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형법은 법관의 사법활동을 규제하는 재판규범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재판규범이므로 법관도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대로 형법을 해석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형법에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행위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며, 형법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형법은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언어에 의해서만 표현된다. 그러므로 법률에 사용되는 언어는 법해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해석자료가 된다.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법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
법을 적용받는 일반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법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 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믿고, 그에 따라 법을 준수하는 것이므로 법을 집행할 때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을 하게 되면 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형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입법자는 이와 같은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여야 한다.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사항에도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유추해석이라고 한다. 형법에 있어서 이러한 유추해석은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셋째, 형법은 평가규범이다. 형법은 일정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유형은 형법이 처벌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일단 불법하고 반가치적인 것을 평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형법이 불법이라고 평가한 것을 일반인들이 행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형법은 평가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인들은 형법이 불법이라고 평가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의사결정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의사결정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