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효금지원칙


                                                                   가을사랑

 

 


범죄와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다. 이러한 원칙은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관점에서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으로서 형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 가운데 소급효금지원칙이 있다. 형법은 소급해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행위시에 그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명문으로 확실하게 존재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소급효라는 한자어가 너무 어렵고, 또한 금지라는 단어가 뒤에 붙어 있어 한글세대로서는 의미가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형법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교과서 앞 부분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 때문에 형법이 어렵다는 선입관을 갖게 만든다.


법률용어는 가급적 한글화하고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바꿔나가야 한다. 법은 일반인들이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고, 일반인들이 어떤 행위가 금지되고 만일 그런 행위를 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고, 일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위를 할 시점에는 처벌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새로운 처벌법규를 만들어 처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대사회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범죄양상이 나타나고, 입법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행위유형이 커다란 사회적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입법자는 소급입법을 만들어서라도 처벌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언론이나 여론에 의해 소급입법의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형법에 있어서 소급입법은 금지되어야 한다. 만일 행위시에 없던 처벌법규를 새로 만들어 소급해서 적용하여 처벌한다고 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국가의 형벌권은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되고, 일반인들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전단). 이처럼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상 원칙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만큼 소급입법을 금지해서 국민들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현대법치국가에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법을 소급해서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형법은 제1조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즉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로 인정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처벌내용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행위가 있을 후에 법률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처벌조항이 신설되든가, 아니면 처벌내용이 변경되는 경우다. 또는 형이 폐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소급효금지원칙은 ① 종전에는 처벌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처벌조항이 신설된 경우, ② 종전에도 처벌조항이 있었으나 그 형이 가중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행위시의 법률에 의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행위가 있은 후에 형이 폐지되거나 형이 가볍게 변경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이런 때에는 국민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형법은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조 제2항).


예를 들어 행위 후에 간통죄가 폐지되거나 간통죄의 법정형이 가볍게 변경된 경우에는 행위시법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후에 변경된 신법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 즉 재판시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 된다.


소급효금지원칙과 관련하여 검토되는 사항으로서는 ① 보안처분에 대한 적용문제, ② 절차법규정에 대한 적용문제, ③ 판례의 변경에 대한 적용문제 등이다. 첫째, 보안처분에 대해서는 재판시법이 적용된다.


보안처분은 형벌과 달라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부과하는 것으로서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안처분은 사회를 방위하고 재범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교육 개선 치료하기 위한 처분으로서 장래지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안처분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재판시법을 기준으로 하며, 보안처분을 규정하는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실을 고려하여 보안처분을 과하는 것도 인정된다.


둘째, 소급효금지원칙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실체법에 적용되는 것이며 형벌권 실현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절차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범죄를 비친고죄로 변경하는 경우, 친고죄의 고소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경우, 친고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변경하는 경우 등에는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률의 변경 이전에 이미 친고죄의 고소기간이 지난 경우, 도는 공소시효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새로운 법에 의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판례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① 소급효긍정설, ② 소급효부정설, ③ 금지착오원용설이 대립되고 있다.


대법원은 판례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에 지나지 않으며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률과는 구별되므로 불이익하게 변경된 판례도 소급효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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