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with me
가을사랑
봄비가 내리고 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는 다정한 친구 같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얼어붙었던 대지를 녹이며, 새로 돋아날 새싹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봄비를 맞으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에게 다 함께 내리는 축복이다.
그냥 봄비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옆에 있었으면 좋은 것과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사랑은 저절로 느껴진다.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랑은 전기가 통하듯 흐르게 된다.
그러나 옆에 없으면, 그 순간 사랑은 다른 형태로 확인되어야 한다. 전기처럼 저절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머리 로 가슴으로 확인해야 한다. 때로는 잊혀지기도 하고, 때로는 느낌이 약해지기도 한다.
사랑은 유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다. 어디에 붙잡아 매달아 놓을 수도 없고, 가둘 수도 없다. 자유자재로 우주를 떠돌아 다닐 수도 있고, 잠을 잘 수도 있다.
그런 사랑은 함께 있고,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갈구한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듯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향해 ‘stay with me'라고 요구한다. 절규한다.
그게 사랑이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아무리 사랑을 나누고 있어도 그들은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잠시라도 헤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 그렇듯이 예측할 수 없는 이별이 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Don't go. stay with me‘라고 부르짖는다. forever 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랑의 운명이란 반드시 그런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못한다. 사랑은 다시 떠나야 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여야 한다. 영원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떠나면서 말한다. 'I'll be back, soon' 이라고. 서로가 믿어야 한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아니 다시 돌아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을.
봄비가 내리면 우리는 꿈을 꾼다. 아름다운 사랑의 꿈을 꾼다. 영원히 함께 사랑하고 함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된다. ’stay with me,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