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형사책임
가을사랑
법률상 사람은 자연인과 법인으로 구분된다. 법인은 주식회사와 같이 법률상 사람으로 의제되어 각종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사법상 행위능력을 가진다. 현대사회에서는 자연인 개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사회적 활동을 법인을 설립하여 행하고 있다.
갈수록 법인은 증가하며 사회적으로 주도적인 거래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법인은 점차 지능적으로 환경범죄, 조세범죄 등을 범하기도 하고, 특히 분식회계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공여 횡령 등의 범죄에 나아간다.
그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고 그 이익은 실질적인 사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럴 때 법인에 대한 사법상 권리능력, 행위능력과 궤를 같이 하여 형법상으로도 범죄능력과 형벌능력을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법인이란 법률에 의하여 법인격이 부여된 사단 또는 재단을 말한다. 법인에게 범죄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된다. 법인의 범죄능력은 법인이 구성요건상의 행위주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수설과 판례는 법인은 범죄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이러한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어 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는 법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그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대판 1984. 10. 10. 82도2595).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인 경우, 법인은 범죄능력이 없기 때문에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법인의 대표기관인 대표이사가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판례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고, 자연인만이 범죄능력을 가진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행정법규에서는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법인에 대하여 양벌규정에 의한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양벌규정이란 형벌법규를 직접 위반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이외에 그 행위자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말한다.
이와 같이 양벌규정에 따른 법인에 대한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해 학설은 대립되고 있다. 과실책임설은 법인이 종업원 등의 선임 감독을 태만히 한 점에서 법인처벌의 근거를 구한다.
무과실책임설은 법인의 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법인규제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본다. 판례는 개별적인 양벌규정의 성격에 따라서 과실책임설, 무과실책임설을 취하고 있다.
법인격 없는 단체인 경우에는 범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행정법규에 양벌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라도 양벌규정에 구체적으로 법인격 없는 사단 또는 재단이라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