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날린 사람

 

가을사랑

 

피해자는 가슴이 답답했다. 고소를 했는데 7개월이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민사소송을 하고 있는데 재판은 꽤나 오랫동안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희는 남편의 퇴직금을 사기 당했다. 퇴직금 2억원을 고스란히 사기당한 것이다.

 

집안의 조카가 부동산을 해서 돈을 벌어준다고 해서 맡겼더니 몇 달 후에 2억원 전체를 날려버렸다. 조카는 부동산전문가였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상가를 분양받아주겠다고 했다. 총 3억원에 분양받기로 했다.

 

조카가 잘 알고 지내는 영수가 상가분양을 한다고 했다. 영수가 지방에 땅을 사서 상가건물을 지어 분양을 하는데, 조카가 영수를 잘 알고 있어 특별히 싼 가격에 분양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희는 조카의 말만 믿고 영수에게 돈을 보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해서 2억원을 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분양사업자 영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어가지고 도망가 버린 것이었다. 조카는 영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었다. 정희는 조카와 영수를 상대로 처음에는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를 했다. 두 사람 모두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았기 때문이었다.

 

강제집행면탈죄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327조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조카와 영수 두 사람이 재산을 이전한 것은 정당한 거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혐의결정을 했다. 허위로 양도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양도인과 양수인이 서로 짜고 실제로 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이것을 뒤집고 허위양도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제집행면탈고소사건에서 무혐의결정이 내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희는 조카와 영수를 상대로 사기죄 및 횡령죄로 형사고소를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주민등록을 해놓은 주소지에서는 실제로 거주를 하지 않고, 주민등록은 말소되었다.

 

일반고소사건에서 경찰은 피고소인의 소재를 확인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소환장을 보내 연락이 되지 않으면 경찰지구대를 통해 소재를 확인해 보고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으면 기소중지결정을 하게 된다. 정희가 고소한 두 사람의 주소지가 다르고, 실제 거주지가 불분명해서 관할 경찰서로 몇 차례 이송이 된 다음에 기소중지결정이 되고 말았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조카와 영수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을 하고 있었다. 정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여러 차례 진정서를 써서 제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송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 남편에게는 면목이 없게 되었다.

 

정희의 남편은 퇴직금을 날렸고, 그것도 정희의 조카에게 당한 꼴이 되자 정희를 탓하게 되었다. 정희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월급을 100만원 받으려면 보통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달 내내 직장에서 신경을 써가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2억원을 월급으로 받으려면 200개월을 직장에 다녀야 한다. 무려 16년 이상을 직장에 다니면서 매달 100만원씩 월급으로 받고, 그것을 모두 꼬박꼬박 모아야 2억원이 된다. 그런데 정희는 이런 돈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다.

 

피고소인들은 이제 자신들 앞으로 재산도 없는 상태이다. 형사고소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면 영원히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희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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