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죄란 우엇인가?


가을사랑

 


최근 전직 경찰서장이 직권남용죄로 구속되었습니다. 자신의 부하직원인 수사과장이 A그룹 회장에 대한 보복폭행사건에 관한 수사를 시작하자 수사를 중단하게 했다는 것이 혐의사실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경찰서장에 대해 피의자의 지위와 수사과정에서 나타낸 행적, 사건처리과정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서장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죄란 어떠한 범죄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직권남용죄란 비교적 생소한 범죄이며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고 지금까지 이 범죄로 처벌된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면서 공익을 위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국가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자유가 박탈될 수 있고, 정상적인 공무기능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형법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해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직권남용죄에 관한 규정입니다.


직권남용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재량권행사범위와 관련하여 권한남용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단순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가 구별되어야 합니다. 직권남용죄에 있어서 직권을 남용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목적 방법 등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위법한 조치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찰서장이 수사과장에게 수사에 관한 지시를 하는 것은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에 해당하지만 그 목적이 위법 부당한 경우에는 그 지시가 불법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관상 직무권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에 대하여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남용할 직권 자체가 없는 불법한 행위에 해당할 뿐 직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은 법률상 전혀 의무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의무의 태양을 변경하여 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권리행사를 방해한다는 것은 법률상 가지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직권남용죄가 기수로 되기 위해서는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을 것을 요합니다. 이로 인하여 국가의 기능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권남용죄는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는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고, 그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대판 2004. 5. 27. 2002도6251). 따라서 수사에 관하여 일반적 직무권한을 가진 검사가 실제로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여 수용자를 소환하면서도 수사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도관리에게 위 수용자에 대한 소환요구 또는 출석요구를 한 경우에는 직권남용죄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2006.5.26. 2005도6966). 재정경제원장관이 대기업에 해당되지도 아니하며 회생가능성도 불투명하여 대출이 가능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기업에 대하여 은행장에게 대출을 하도록 한 행위도 직권남용죄를 인정하였습니다(대판 2004. 5. 27. 2002도6251). 또한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의 근친관리업무에 관련하여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리공사 대표이사에게 요구하여 위 시장 내 일부 시설을 당초 예정한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통령의 근친에게 임대케 한 행위도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1992. 3. 10. 92도116).


그러나 대법원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의무 없는 일을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며,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고등학교 후배인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위 공사의 쟁의행위 및 구조조정에 관하여 전화통화를 한 것이 직권남용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2005. 4. 15. 2002도3453). 또한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되며, 또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란 법률상 의무를 가리키고,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고, 치안본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1과장에게 고문치사자의 사인에 관하여 기자간담회에 참고할 메모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경우에 있어서 위 과장의 메모작성행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행정업무에 관한 행정상 보고의무라고 할 수 없고 치안본부장이 위 과장에게 메모를 작성토록 한 행위가 그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도 볼 수 없으며 또 위 과장이 그 요청에 따라 작성해 준 메모는 정식 부검소견서가 아니어서 동인이 위 메모를 작성하여 줄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메모를 작성하여 준 것도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스스로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어서 법률상 의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직권남용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1991.12.27. 90도2800).

 

직권남용죄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공무원이 권한행사를 제대로 하였는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권한행사의 재량범위 내에서 판단을 그르친 경우에는 징계사유에 불과한 것이나, 권한남용의 내용과 방법, 실질적 목적 등에 비추어 특별히 위법한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권남용죄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판단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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