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음악(Jazz Music)


가을사랑



추석연휴가 그렇게 지나갔다. 일요일부터 4일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재즈처럼 하나님은’이라는 책을 읽었다. 미국 사람인 도널드 밀러(Donald Miller)가 쓴 종교관련서적인데, 윤종석 씨가 번역했다.


도널드 밀러는 21세에 집을 떠나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미국 전역을 여행하다 마지막 여행지 포틀랜드에 정착하여 리드대학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한 특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책의 첫머리에 써있는 글이다. “재즈음악은 미국의 해방된 노예 첫 세대가 만들어 낸 것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이며, 그것은 영혼에서 울려나는 진실한 소리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동네 병원에 들렀다.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났다. 명일동에 있는 건내과에 갔다. 벌써 몇 년째 감기에 걸리면 단골로 찾는 병원이다. 젊은 의사선생님은 내 얼굴을 알고 있다. 나는 감기에 걸리면 주사를 맞지 않으면 낫지 않는 이상한 체질이다.


연휴를 보내고 난 첫날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았다. 손님이라기 보다는 환자다. 2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벽에 정상적인 위와 고장난 위를 비교하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신비스러운 인체가 병이 들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겁이 나서 술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앞에 있는 TV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어느 국회의원이 나와 정당정책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연설내용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고, 그 사람의 내장은 사진에 있는 내장 중 어디에 해당될까 하는 것이 신경쓰였다. 그의 장기를 투시해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 진찰을 받고 그 자리에서 간단히 혈당을 측정했다. 113 이라며 정상이라고 한다. 병원에 가면 온통 아픈 사람들뿐이다.


사무실에 가서 일을 보고 오후에 학교로 갔다. 가는 길에 비가 계속 내렸다. 빗물이 차창에 부딪히고 있었다. 뿌연 하늘에서 비는 연달아 떨어지고 있었다. 차안의 고독을 진하게 느꼈다.


고독은 가을과 함께 온다. 가을은 고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고독은 가을 속에 있고, 가을은 고독을 품에 안는다. 내 차는 가을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약간은 선선함이 느껴지는 빗물을 맞으며 내 차는 고독에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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