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과 사과
가을사랑
출근길에 집 앞에 있는 장미꽃을 보았다. 이슬을 맞은 상태에서 장미꽃은 아직도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11월에 보는 장미! 그것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계절이 지났어도 장미는 장미였다. 장미꽃은 고귀한 기상을 잃지 않고 있었다. 노란색과 하얀색의 장미꽃도 있었다.
6월의 장미처럼 싱싱한 맛은 없었지만, 장미는 아주 특이한 색깔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자주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장미는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장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내게 진한 사랑의 의미로 다가왔다. 내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사랑의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나는 장미꽃에 손가락을 살며시 대보았다. 연한 꽃잎의 촉감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리걸타임즈의 K기자님을 만나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배심재판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리걸타임즈는 월간지를 발간하고 있다. 저녁 시간에 미사리 둑방을 갔다. 모처럼 나간 것이다. 강변을 따라 죽 걸었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날씨다. 왕복 7킬로미터를 걸었다.
강변을 걸으면 시원한 바람도 불고, 가슴이 탁 틔인다. 어둠 속에서도 가로등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하늘에는 구름만 있고, 달은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의자가 있어 누워 보았다. 하늘이 보인다. 시퍼런 하늘에는 무수한 사연들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길가에 어떤 사람이 앉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몸이 아파 그렇다고 했다.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에 들어가 보니 콘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이었다. 술병이 많이 비어 있었고, 브루스타에 라면을 끓여먹은 흔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런 것이었다. 그곳에서 30여분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다. 가슴이 뭉쿨해짐을 느꼈다. 그 사람은 50살이 조금 넘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2개월간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돌아왔는데,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자꾸 토한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아파 진통제를 먹고 지낸다고 했다. 옆에서 보는 내 마음도 무척 고통스러웠다. 병원에 가도 소용이 없다면서 혼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 사과를 먹었다. 정말 맛있는 사과였다. 사과도 맛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난다. 같은 사과인데 어떻게 그렇게 맛있는 사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맛있는 사과를 먹으면서 그 사람의 처지가 생각이 나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