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밤의 상념

 

가을사랑

 

 

 

사람들은 다 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누구도 똑 같은 환경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사람들은 얼굴도 모두 다르고, 생각도 모두 다르고, 환경도 그렇게 다를까?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남을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인식의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의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다면 그것처럼 심각한 일이 없다. 기부스를 하고 두 달은 있어야 하고, 그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잘 때도 팔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거동도 불편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팔다리를 다쳐 기부스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냥 그런 느낌이다. 심지어 다친 경위를 들으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에서 누가 죽었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냥 무감각하게 지나치게 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는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더욱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 더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주변 사람들이 나이 먹어 죽었다고 하면 그저 그렇게 생각이 든다. 병들어 죽었다면 안 됐다는 생각을 잠시 한 후 또 다른 생각으로 넘어간다.

 

이 세상은 험하고 거칠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남에게 이용이나 당하고, 낙오자가 된다.  추상적인 생각이나 하고 있다가는 집안 식구들을 고생시키고, 노후에 빈털털이가 되어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남 좋은 일이나 하고 있다가 자신의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에게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사람이 된다. 늙고 병이 들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고, 매사에 자신이 없어 진다.

 

신앙심이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흔들리게 되면 비참해 진다. 신앙 대신 개인적으로 우상을 만들어놓고 살던 사람의 경우, 그 우상이 깨져버리면 더욱 비참해진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희생하면서 한 평생을 살았던 사람들은 그 자식들이 결혼해 달라지면 아주 비참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일반 사람들에게 공통된 종교나 신앙,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개인에게 고유한 환경에서 자신이 평생 붙잡고 살아야 할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멸시해도 흔들리 지 않을 가치관이 없으면 세파에 흔들거리며 떠도는 바람처럼 아주 허만한 삶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미사리 둑방으로 갔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강바람은 쌀쌀 맞았다. 그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강가에 갈대숲이 보였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갈대는 무척 쓸쓸해 보였다. 바람 때문에 한 곳으로 고개를 숙이고 흩날리고 있는 모습은 우리들의 연약한 모습이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거리는 존재다. 바람 잘 날이 없는 존재다.

 

그래도 강변은 시원했다. 가슴이 탁 틔였다. 1시간 가까이 걷다가 돌아왔다. 차를 타니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었다. 서울에서 내가 맞는 금년도 첫눈이었다. 묘한 감정에 빠졌다. 첫눈은 첫사랑처럼 상큼하게 내개 다가왔다. 나는 눈이 내리는 시간에 멍하니 하늘도 보고, 짙은 구름도 보고, 가을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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