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가끔 형제 간에 재산 때문에 싸우고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같은 부모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아 태어난 사람들이 재산문제로 서로 사이가 나빠지고 남 보다 더 못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분쟁이 생겼다고 해도 화해가 되고, 또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만나 가깝게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형제 간에 사이가 나빠지면 다시 그 관계를 복원시키기가 어렵다. 가까웠던 사이였기에 서로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야속하고 서운한 감정이 남 보다 심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 골은 깊어지고 상처는 중하게 남는다.
그들은 또 남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형제 간에 싸우면 주변 사람들은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두 사람 다 나쁘다고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 무척 억울한 일이다.
실제 당사자들은 어느 경우에나 자신은 정당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이 경우가 없고 나쁘다고 비난을 한다. 형제 간에 생기는 분쟁은 대체로 재산분배가 공평하지 않다는 데서 출발한다. 똑 같은 형제인데 왜 자신에게는 적게 재산이 돌아가느냐는 생각을 하면 분쟁이 생기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형제들만이 아니라 사위나 며느리 등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부모님들이 재산을 사전에 증여하거나 분배를 합리적으로 해놓으면 그래도 낫다. 갑자기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도 못 하고 돌아가시면 형제들은 그 분배에 각자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에 시끄러워진다. 부모님들은 갑자기 아파 병원에 입원해도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자식들이 상속문제를 꺼낼 수는 없다. 빨리 병원에서 병이 나아 퇴원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어떻게 돌아가시는 것을 전제로 상속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 돌아가시면 아무런 유언도 없이 상속문제는 복잡하게 되는 것이다.
법정 상속분대로 분배를 하면 될 것 같아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형제들 중에는 부모님들이 살아 계실 때에 누구는 효도를 했고, 누구는 불효를 했다는 식으로 공과를 따져 법정상속분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전에 증여를 이미 받은 부분을 문제 삼기도 한다.
그들은 법적으로 소송을 걸기도 하고 그런 분쟁과정에서 많은 재산을 날리기도 한다. 상속세를 제때에 내지 못해 가산세가 붙고, 소송비용으로 많은 돈을 쌍방이 지출해야 한다. 상속세를 현물로 납부할 기회도 상실하게 된다.
형제 간의 재산분쟁과정에서는 위 아래 서열도 없다. 윤리의식이 실종되기 때문에 형제 간에 욕설도 하고,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살아 생전에 이런 모습을 보면 부모님들은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돌아가신 다음에도 이런 상항을 알게 되면 얼마나 비참한 심정일까? 문제는 모두 돈에 귀착된다. 돈이 없으면 우애도 좋고, 서로 잘 지낸다.
돈이 너무 많으면 서로가 돈의 노예가 되어 이성을 잃고 형제 간에 지켜야 할 우애도 예의도 다 잊어버리게 된다. 돈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돈 때문에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려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꼭 상속만이 아니라 형제들 간에 경제적인 차이가 많이 나면 그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아무리 해도 끝이 없게 된다. 돈이 있는 형제들이 나누어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면 의가 상하게 된다. 없는 형제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 있는 형제는 마땅히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나름대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고맙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우애가 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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