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카리스마
가을사랑
한 가수의 카리스마,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일반인들의 연예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모든 것은 네탓이라는 사회풍조 등이 증명되었다. 가수의 기자회견은 그렇게 비춰졌다. 지나가는 해프닝치고는 너무 극적이었다. 그것이 언론의 영향력이었다. 그런 언론을 잘 이용하면 그렇게 극적인 효과가 얻어진다.
나훈아 씨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 2008년 1월 25일 오전 11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 기자회견장에 나훈아 씨가 나타났다. 수많은 취재진들과 팬클럽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는 자신을 둘러싼 많은 소문과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근거 없는 많은 소문을 퍼뜨렸던 사람들과 언론매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째, 소문이 무섭다는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한 소문은 급속하게 전파된다. 특히 유명인사에 대한 재미있는 소문은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신속한 속도로 퍼져나간다.
소문은 그 대상의 사회적 공인도, 내용의 중요성 및 흥미정도, 시간성에 비례해서 전파범위가 넓어진다.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소문의 전파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소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는 속담은 소문에 대한 근거의 유무를 나타내는 함축어다. 불을 때지 않았으면 연기가 날 수 없다. 연기라는 소문은 그 대상자가 무엇인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는 것이라는 논리다.
불을 땐다는 것은 소문의 근거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중에 알고 보면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임이 밝혀질 때도 많다. 그것은 소문이라는 연기를 불도 때지 않았는데 누군가 조작한 경우이다.
A굴뚝의 아궁이에서는 불을 때지 않고 B굴뚝의 아궁이에서 불을 땠는데, 연기가 A굴뚝에서 나오고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B굴뚝과 A굴뚝의 아궁이와 굴뚝이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에 그런 혼란이 초래될 소지가 있다. 어쨌든 불을 때지도 않았는데 연기는 날 수 있다. 그것이 사람들이 사는 곳의 풍경이다.
둘째, 소문이 나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문을 인정하는 것이 되거나, 그 소문을 방치함으로써 무언가 다른 것을 노리는 의도로 오해된다. 자신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문에 대해서는 대부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소문을 낸 사람에게 항의를 하거나,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고,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 잡지와 같은 출판물에 대해서는 출판배포금지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한다.
특히 선거판에서는 후보자들이 자신에 대한 악소문에 대해서는 시간을 다투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훈아 씨의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그토록 장기간 방치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가 무인도에 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의 가족과 소속사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는지, 그 이유를 해명했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동안의 소문과 보도내용은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불륜설, 중병설, 신체훼손설, 후배 연예인들에 대한 염문설이 아니었는가?
셋째, 언론보도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동안 언론들은 나훈아 씨의 잠적에 대해 세간의 무성한 추측을 여과 없이 보도해온 경향이 있다.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다. 그런 소문은 소문이 떠도는 방식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러한 소문을 언론매체에서 활자화하거나, 보도를 하게 되면 그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화되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소문은 어디까지나 사실확인절차를 철저하게 거친 다음 보도할 법적 책임이 있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냥 추측성 보도를 해버리면 그로 인한 당사자들의 명예는 치명적으로 훼손된다. 보도가 된 다음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따져야 일단 훼손된 명예는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넷째, 개인의 명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소문이 나도 언론에 많이 나오면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수도 있는 현실이다. 홍보 선전의 효과가 부수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보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매스컴에 더 유명해진다. 언론보도의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 때문에 언론도 무책임한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평생 가슴에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다섯째, 가수 한 사람에 대한 해프닝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울 따름이다. 마치 대통령의 특별담화라도 되는 것처럼 한 가수의 기자회견에 그렇게 많은 취재진이 모여들고,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까?
삭막하고 딱딱한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그럴 수는 있겠지만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해명에 그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끝내는 것도 어색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신체의 심볼을 보여주려는 시도보다는 차분하게 그동안의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