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가을사랑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일정한 선이 있어야 하고, 경계가 분명히 존재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가 힘이 들고, 나중에 사이가 나빠지고, 피차 실망하는 거예요.
자식의 입장에서도 부모는 각자 자기 할 일을 하고, 자기 생활에서 만족을 찾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부모니까 자식에 대해 도움을 주고 기댈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나중에 성공해서 부모에게도 잘 하기를 바라게 되지요. 그러나 어떻게 자식이 꼭 부모가 생각하는 길로만 가고, 잘 될 수 있겠어요. 아이들의 인생은 따로 있는 것이고, 그들의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도 부모가 아닌 자식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거예요.
부모도 마찬가지지요. 자식의 입장에서 자신의 부모가 다른 부모들처럼 반듯하고 열심히 살고, 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고, 자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지요. 그러나 어떻게 부모가 자식이 바라는 모습대로만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자식도 부모에 대해 실망하는 거에요.
그러므로 서로가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에게 지나친 강요를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그러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예요.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상대방을 무조건 이해하고, 꼭 필요한 범위에서만 자신의 의견과 충고를 하는 것이 좋아요. 어차피 상대방은 자신의 주관과 가치관, 그리고 자신의 사고능력과 의지의 범위에서만 살아갈 것이니까요. 충고는 사실 커다란 도움이 되지 못해요. 누구나 말로 충고하는 것은 쉬워요.
‘공부 열심히 해라’, ‘착하게 살아라’, ‘운동 열심히 하지 마라’, ‘정직하게 살고 뇌물을 받지 마라’라고 쉽게 충고는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막상 본인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게 살고, 운동 열심히 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려운 것이고, 이론은 간단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이론처럼 되는 것은 아니예요. 그게 인생이예요. 인생은 무척 복잡하고, 게다가 정신세계는 더욱 말할 수 없이 복잡해요. 그러니까 강요성 충고는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냥 모범을 보여주고, 사랑으로 기도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