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참여

 

가을사랑

 

어제는 경찰서에서 변호인참여를 했다. 낮 12시에 사람들을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떡갈비를 먹었는데 갈비를 떡처럼 둥굴게 만들었다. 맛도 좋고 먹기도 편했다. 2시간 동안 사건에 관한 상의를 했다. 조사를 받으러 가는 사람의 입장은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할까? L사장은 안색이 초췌해 보였다. 사람이 조사를 받고 구속될지 모른다는 상태에 놓이면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동안 지옥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조사는 2시부터 시작되었다. 조사녹화실에서 변호인으로 참여하여 계속해서 조사받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조사내용이 많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조사시 참여하는 변호인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압수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조사받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 휴식시간에 밖에 나와 사건에 관한 상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조사받은 사람은 수사에 관해서 아마추어이고 수사관은 프로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피해자나 고소인들은 인정사정없이 공격하고,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을 하고 거짓 증거를 가지고 구속시키려고 달려들기 때문에 피의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수사관은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워드를 친다. 이른바 조서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의 말을 문자화 해놓으면 그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미 있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이 달라지고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많은 경우 사건은 말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먼저 고소하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엉터리 진술과 거짓 증거를 제출하면 수사관은 그 말을 믿고 강한 선입관을 가지고 조사를 한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주장해도 무조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믿지 않으려고 한다. 불신하고 믿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고 통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태도가 나오게 되고, 수사관은 그에 따라 더욱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백할 수도 없고, 자기 결백을 밝히지 않을 수도 없고, 피의자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변호인의 입장도 답답하다. 조사는 피의자가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진술을 코치해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아무리 사전에 연습을 하고 상의를 하고 가도 마찬가지다. 피의자는 비법률가이고 수사를 받아 본 경험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서투르고 변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도 하고 전에 진술한 내용과 모순되는 진술을 하기도 한다.

 

조사는 새벽 2시에 끝났다. 무려 12시간을 한 것이다. 피의자도 많이 지쳤고, 나도 많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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