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욱 수사상의 문제점
가을사랑
이미 예상했던대로 법원에서 고영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는 것은 경찰에서 고영욱을 유치장에 가둬놓고 수사를 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법원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의자에 대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한 결과 범죄가 인정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소명이 있으면 법원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해준다.
그렇게 되면 경찰은 피의자를 붙잡아두고 유치장에 넣어둔 상태에서 수사를 할 수 있다. 물론 수사기간은 제한되어 있다. 10일 이내에 검찰에 반드시 송치해야 한다. 일단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10일 이상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원래 경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대부분 법원에서 발부해준다. 통계상 영장기각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수사기관에서 범죄를 수사하여 일단 기록상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사안이 가볍지 않으며, 대부분의 범죄인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은 되었더라도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한 판단은 나중에 하더라도 우선 범죄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의 문제이다. 물론 피해자인 여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다고 해도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만 18세의 여자가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 오피스텔에 따라가서 술을 마시고 의식을 잃고 강간을 당했다는 진술은 일반 경험칙에 비추어 완전히 심신상실의 상태에 빠져 저항하지 못했겠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만일 여자가 완전히 술에 취한 것이 아니고 술에 취하기는 했으나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강간과 준강간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강간은 범인이 여자를 상대로 폭행이나 협박을 하여 반항을 못하게 하고 간음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준강간은 술을 먹여 만취상태에 이르게 하거나 깊은 잠에 빠져 의식이 없는 여자를 간음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과연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간음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인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이 되어야 법원에 가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피의자가 완강하게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다른 증거가 없으면, 결국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으로 돌아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의자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피의자인 고영욱의 행위는 준강간죄의 성립과는 별도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다. 36세의 방송인이 18세의 여학생을 꼬여서 오피스텔에 데리고 갔고, 그것도 연예인으로 되게 도와주겠다는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술을 먹이고 간음을 했다. 그것이 준강간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도덕적으로 매우 나쁜 행위이며 그래서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고, 사회에서 엄청난 돌팔매를 당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에만 기초해서 실제 있었던 사실 이상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의 책임이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철저하게 해서 피해자와 가해자 쌍방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물적 증거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필요하면 거짓말탐지기 등에 의한 과학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질조사를 여러 차례 해서 충분한 심증이 형성될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수사를 해야 한다.
외관상 도덕적으로 나쁘다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의 원칙에 어긋나는 수사를 해서 결국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기관 역시 잘못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검찰 역시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해 구속영장에 검사가 서명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에서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에 대한 심사 및 판단을 잘 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성범죄사건에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믿고 구속했다가 범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것은 말밖에 없는 사건에서 충분한 유죄입증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영욱 사건의 추가수사 및 판단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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