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Georgetown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7시간 비행을 하고 나니 앨라스카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하였다.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하늘은 매우 아름다웠다. 빙산처럼 보이는 곳, 구름 모양도 장관이었다. 세상은 역시 넓다는 것을 실감했다. 해외에 처음 나가는 입장이라 더욱 그랬다.
컵라면 두 그릇을 먹고 나니 9불90센트다. 비싼 물가에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 데 당시만 해도 너무 비싸 혀를 내둘렀다.
저녁 9시 반 New York, John. F. Kennedy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친구 김성주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코오롱 뉴욕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갑중 사장이 연락을 해서 나온 것이었는데, 만나보니 친구가 나왔던 것이다. 반갑고 고마웠다. 뉴욕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Midway Hotel 방을 얻었다. 부모님께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를 드렸다.
다음 날 국내선을 타고 Washington D.C로 갔다. 도착하니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무역협회 근무하는 김희진 씨와 박상옥 차장 두 분이 나와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산다. 그때 그때 고마운 분들을 만나 신세를 진다.
Georgetown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다. 25일간 생활해야 할 공간이다.
Lauinger Library에 가서 그 차분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나는 '1986 Orientation in the U.S Leal System Course‘를 들었다. Tuition Fee 가 1,400달러, Housing Fee가 1인당 290달러 합계 1,160달러다. 매우 비싸다.
Georgetown에서 보낸 25일은 꽤나 길고 힘이 들었다. 기숙사에서 임시로 생활하는 것이어서 불편했다. 기숙사에서 밥을 해서 먹어야 했고, 빨래도 해야 했다. 더군다나 할 일이 없는 가족 세 명이 있으니 몹시 답답하고 지루한 나날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기숙사로 와서 가족들과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자동차가 없으니 멀리 다닐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었다. 특히 워싱톤 D.C의 밤거리는 외국인에게는 위험했다. 어두워지면 기숙사 안에서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TV도 없었다.
1986년 8월 9일 시애틀로 갔다. 당시 내가 썼던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드디어 우리가 1년간 생활할 시애틀로 왔다. 미국 북서부 끝 부분에 있는 시애틀은 신흥도시로서 매우 깨끗한 인상을 준다. 넓은 지역 공간 때문에 도시는 커다란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시애틀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우리는 지금부터 시애틀에서 어떤 생활을 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이며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한 폭의 커다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처럼 우리의 시애틀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활용하여 멋있는 생활, 그리고 추억, 나아가 인생과 장래를 창조해 나가자. 어두웠던 추억과 기억 속의 고통은 모두 망각해 버리고 시간을 아껴서 생활하자>(1986년 8월 11일 월요일 흐림)
1986년 8월 9일 이민가방 6개를 가지고 시애틀에 도착했다. 시애틀 공항에 내려 보니 우리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 너무 불안했다. 모든 짐이 분실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교포 신광수 사장님의 도움으로 그 다음 날 공항에 가서 짐을 찾아가지고 왔다.
처음에는 몹시 막막했다. 미국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영어가 능숙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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