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형사사건을 주로 취급하다

 

 

 

변호사로 일하게 되니 바빠졌다. 모든 걸 내가 다 해야 할 입장이었다. 직원은 사무장 한명과 여직원 한 명, 기사 이렇게 세 사람이었다. 세 사람 밖에 안 되니 무슨 회의를 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을 옆에서 보조해 주는 정도였다. 모든 건 내가 하기에 달려 있었다.

 

초기에는 주로 형사사건을 취급했다. 전문분야이기도 했다. 구속된 사람들을 석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구속된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운 입장에 놓여 있다. 갑자기 구속되어 육체적으로 고통 당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된 상황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모든 걸 변호사에게 의지하고 있다. 가족들의 기대도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사건 관계인들을 만나 상의하고, 구치소에 가서 피고인들을 접견하면서 사건을 논의하고, 법정에 나가 변론을 하고 나면 사무실에서는 기록을 볼 시간이 없다. 매일 기록을 가지고 집에 들어와 검토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다른 사람을 시킬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몹시 힘이 들었다. 더욱이 처음 해보는 업무라 일을 배워야했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졌다.

 

1998년 9월부터 본격적인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게 된 나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새로 시작하는 업무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 모든 생활을 절제해야 했다. 저녁 시간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가급적 자제했다. 집에 와서 사건 기록을 보고, 서면 작성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혼자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골똘히 생각했다.

 

힘은 들었지만 재미있었고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건에는 상대방이 있다. 그 상대방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형사사건에는 검사가 상대방이고, 민사사건에는 반대편 당사자나 그의 변호사다.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워야 하고 열심히 싸워야 한다.

 

그래서 이기면 쾌감은 대단하다. 그 맛에 변호사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어려운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보람이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을 석방해 주면 아주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변호사로서 법정에 들어가거나 구치소에 가는 경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 그런 감정과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하나씩 기록했다.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이 빨리 석방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피고인, 가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변호사 초기부터 써놓은 것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 '이렇게 해야 빨리 석방된다'라는 책이다. 이 책을 출간해서 사건 당사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석방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책은 전국의 많은 교도소와 구치소에 들어가 수감자들의 애독서가 되었다.

 

검사나 판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수사나 재판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가를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 사법정의의 올바른 실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을 본 피고인들이 나에게 편지를 많이 보내왔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이고,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 달라는 취지였다. 나는 그들의 눈물어린 편지를 보면서, 정말 우리 사회에는 억울하게 구속되고 처벌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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