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TV생활법정 재판장을 담당하다
어머니 등에 엎혀 다니던 일도 기억난다. 할머니가 많이 업어주셨던 기억도 난다. 누님들이 업어주던 기억도 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옆에 계셨다.
집이 작았기 때문에 좁은 공간 속에서 밀착된 삶을 지냈다. 대학교 들어가 잠시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결혼해서 분가할 때까지는 늘 어머님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고 살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탄불을 갈아야 했고 밥을 해야 했다. 옷을 빨아 입혀야 했다. 그 평생에 걸친 노고를 어떻게 따지랴. 눈물이 날 정도다. 함께 어려운 시절 고생을 해서 더욱 그렇다.
어머님은 글을 모르셨다. 단순하셨고, 가식이 없었다. 배운 사람과 달리 꾸밈이 없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것이었다. 비교적 웃음이 많으셨다. 아주 열심히 사셨다. 자식들을 위한 헌신적인 삶이었다.
어렸을 때 포천 산골로 시집오셔서 농사를 지으면서 사셨다. 나중에 대전으로 내려가 제재소를 하실 때에는 그래도 사장 부인이었다. 사업이 기울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저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인생의 부침이 심했다. 일을 많이 하셔서 손이 늘 거칠게 터있는 상태였다.
2002년 음력 7월 13일 돌아가셨다. 어머님께 입은 은혜를 다시 기려본다. 생전에 못다한 효도를 마음 속으로 안타깝게 느낀다.
화경은 2003년 12월 25일 리츠칼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황승용이다. 호적은 경상북도 안동시 남후면 고상리 476번지다. 2004년 2월 14일 혼인신고를 했다.
화경 생일은 9월 19일이다. 주은이는 분당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그때 병원에 가서 주은이를 안고 상일동으로 왔다. 차가 흔들릴까봐 노심초사했다. 그야말로 갓 태어난 어린 아이였다. 방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뉘어놓았다. 아이는 가만히 자고 있었다. 생명이 어떤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그후 3년이 지나 둘째가 태어났다. 주혜는 11월 12일이 생일이다.
2005년 1월 중순, 황주은이 백일을 맞았다. 첫 손녀 백일이다. 세월이 빠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워커힐 중식당에서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했다. 추운 날씨에 백일이 된 주은이는 사람들에게 안겨 다니면서 바깥 구경을 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고 대견하다.
2004년 가을, KBS 2TV에서 진행하는 ‘생활법정’ 프로그램에서 재판장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최초 위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는 황산성 전 환경부장관님이 단독판사 형태로 혼자 진행하였다.
내가 맡았을 때부터는 3인의 합의부를 구성하였다. 내가 재판장을 맡았고, 최태형, 이길년 변호사가 배석판사를 맡았다. 변호사는 최창호 교수, 유인경 기자가 맡았다. 최윤경 아나운서가 진행을 담당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방송국에서 모여 사건의 내용과 중요 쟁점 등을 정리하고, 토요일 12경 다시 모여 녹화를 했다. 녹화 시간은 최소한 2시간 내지 3시간이 걸렸다. 매주 방송이 되는 프로였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생활법정 프로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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