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금강산 만물상에 오르다
2004년 10월 법무법인 태일은 종래 있던 영포빌딩에서 부근에 있는 태흥빌딩으로 이전했다. 태흥빌딩은 서초역 부근에 있는 신축건물로서 역에서 가깝고, 새 건물이라 훨씬 좋은 여건이었다. 3개층을 얻어 사무실로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이사를 했다.
2004년 12월에는 '억울한 뇌물혐의 이렇게 벗어라' 라는 책을 출판했다. 출판은 청조사에서 맡아 주었다. 2004년 말경부터 검경수사권조정협의회 위원으로 임명되어 매주 월요일 오후 회의를 했다.
2004년 12월 18일 나는 금강산 만물상 정상에 올랐다. 금강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107구비나 된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매우 가파른 길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기암절벽이 나타났다. 일만이천봉이 눈앞에 펼쳐졌다.
황홀한 느낌이었다. 내 생애에 금강산 경치를 구경하다니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감쌌다. 맑은 공기를 쐬니 오장육부가 다 시원하다. 산꼭대기에 서서 맞는 시원한 바람! 가슴 속에 남아있는 찌꺼기가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모든 거짓이 짓밟혀 사라지는 곳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거짓을 벗어던지고 진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았다. 만물상은 나이 들어서는 올라가기가 힘든 코스였다. 가파른 철계단을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힘들게 등산한 만큼 보람도 컸다. 입구에 내려와 들이킨 북한 막걸리 맛도 별미였다.
2005년이 되었다. 새로운 한 해를 맞는다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무슨 일을 더 해야 할 것인가? 사실 모든 일을 하고 안 하고는 자신이 혼자 결정할 일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누가 꼭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없다.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인간의 의지, 자유의사가 중요성을 갖는 이유가 있다.
2005년 1월 중순경 기사가 그만 두었다. 1998년 8월부터 기사를 두었는데, 오래 해 보니 기사가 별로 필요 없었다. 마침 근무하던 기사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 둔다고 하기에 더 이상 기사를 두지 않기로 했다.
기사 없이 혼자 운전하고 다니면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었다. 그랬더니 편한 점도 많았다. 불편한 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참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7년 동안 기사도 많이 바뀐 것 같다.
2005년 3월 우연히 인산재(TOSH)라는 블로그를 방문하였다. 그 블로그에 내가 쓴 시 '보이지 않는 정'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보라색 바탕에 시를 올려놓았는데, 글들이 한 줄씩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감격했다. 내가 쓴 보잘 것 없는 시를 다른 사람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고마웠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도 주위 사람들에게 방법을 물어 내 개인 블로그 '가을사랑'을 만들었다. 그런 계기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블로그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일이란 다 그런 우연 속에서 필연이 이루어지고, 인과관계가 맺어진다. 블로그는 내게 많은 의미를 갖게 해주었다. 그후 가을사랑이라는 블로그에 공을 많이 들였다. 수많은 글을 써서 올렸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일을 대부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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