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맨해튼에서 체류하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존의 고독을 느껴보기도 한다. 삶이란 그래서 외로운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 동행하면 고독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마음 줄 사람 없이 혼자서 여행한다는 건 그래서 특이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꼼짝 못하고 좌석에 앉아 14시간을 보낸 다음, 마침내 New York, John F. Kennedy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몇 차례 다닌 경험이 있어 낯익은 곳이다. 공항에서는 테러 때문에 지문을 찍고 얼굴 사진을 찍는다. 공항에는 P사장과 L부장이 나와 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교통체증이 만만치 않다. 거의 한 시간 걸려 맨해탄 힐튼호텔에 도착했다. 10월은 각종 국제회의가 많은 달이라서 뉴욕의 호텔은 무척 붐빈다. 좀처럼 빈방을 잡기 어렵다.

 

힐튼호텔에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44층이나 되는 고층의 거대한 호텔이다. 방값도 하루 348달러다. 34층에 위치한 내 방은 높아서 전망이 좋다. 옆에는 쉐라톤 호텔이 있고, UBS 빌딩이 있다. 거대한 빌딩 숲 한 가운데 있다.

 

사람들을 만나 일을 보고 식사를 하러 갔다. 이태리식당인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태리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했다. 고급 레스토랑인데도 맛은 잘 모르겠다.

 

내가 이태리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른다. 술을 마신 다음 호텔로 돌아왔다. 시차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도 안 온다. TV를 켜니 객지의 외로움이 밀려든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과 함께 부근에 있는 Breakfast Restaurant에 갔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다. Diner라는 이름의 체인점이다. 푸짐한 양의 아침 식사를 준다. 저녁에는 코리아타운으로 갔다. 신라식당에서 갈비를 시키고 소주를 마셨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대부분 유학생으로 보였다.

 

한인타운은 별로 넓지 않다. 금강산 식당이 있고, 그 옆에 Stanford Hotel과 신라 식당이 있다. 몇 군데 헤어숍이 있고, 대부분은 식당들이다. 여행사도 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 7번가 저녁 시간은 항상 인파로 북적인다. 150 이상의 인종이 모여 있다는 맨해튼은 인종 전시장으로 불린다. 늘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브로드웨이에는 대형 규모의 극장들이 많다. 브로드웨이 7번가와 42번가가 교차하는 지점에 타임스스퀘어가 있다. 2004년 3월에는 한국의 '난타'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졌다. 대단한 일이다.

 

맨해탄 한 복판을 구경하면서 호텔까지 걸어왔다. 타임스퀘어 부근의 건물에 삼성전자 옥외광고판이 빛나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브로드웨이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핼로윈데이 이틀 전이라 사람들은 몹시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길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담요를 덥고 누워 있었다. 차가운 세멘바닥에 아주 불편한 자세로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10월 30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방에 있는 시계와 내 손목시계가 한 시간 차이가 있었다. 이상했다. 휴대전화를 보니 역시 손목시계와 한 시간 차이가 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보스턴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후론트 데스크에 와서 물으니 정확한 시간은 휴대전화에 있는 시간이 맞는다고 했다.

 

뉴욕시내에 있는 기차역에 도착하니 7시반이었다. 오늘부터 서머타임(Day light savings time)이 해제되어 한 시간 빨라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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