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Boston에서 범종을 만나다
이날 오전 2시가 되면 미국 전역에서 시계바늘을 오전 1시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는 14시간 차이가 나게 된다. 그걸 모르고 있다가 한 시간 빨리 기차역으로 나온 것이다.
기차는 10시에 출발하게 되어 있었다. Amtrak을 타기 위해 2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한인타운으로 가, 강서회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다. 8불 95센트다. 아침이라 계란 후라이도 하나 서비스로 준다. 코리아타운은 40-2 west 32nd st, Broadway에 있다.
오전 10시 정각에 암트랙 비지니스 클래스를 탔는데도 보스턴까지 4시간 반이나 걸렸다. Stamford, Bridgeport, New Haven역 등을 순차로 지났다. 기차역을 지날 때마다 낙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써놓은 낙서는 예술적으로 보였다. 가을 햇살은 끊임없이 낙서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었다.
기차는 중간에 대부분의 역에서 정차를 한다.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가는 기차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은은하게 단풍이 들어 있는 주변 나무들이 운치를 더해 준다.
가을 풍경에 푹 빠져 기차여행을 즐겼다.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버스나 비행기, 배와는 다르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이 대부분 산 밑이거나 바다 옆, 또는 기차길 양쪽으로 나무나 숲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가끔 바다 옆을 지나갔다. 미국 동부해안을 따라 가는 것이다. 바다는 가을색을 받아 은은해 보였다. 기차는 바다를 껴안고 달리고 있었다. 숲이 바다 사이에 있어 더욱 운치가 있었다. 그 숲에는 고요가 숨어있었다.
기차는 가끔 기적소리를 냈다. 그런 신호를 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내가 어렸을 때 기차길 옆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향수를 느끼는 것인지 모른다. 기차 안에서는 책을 보기는 어려웠다. 철로 때문에 계속 흔들렸다.
보스턴 사우스 스테이션에 내려 범종을 만났다. 나를 기다리느라고 2시간 넘게 고생했다. 범종과 함께 보스턴 브루크라인에 있는 일식당을 갔다. 브루크라인은 보스턴에서 가장 부유한 층이 사는 동네다. 그 일식당은 전에도 두 차례 가본 곳인데, 손님들이 여전히 많다. 식사를 한 후 컴퓨터매장에 들렀다. 범종이 컴퓨터를 샀다.
쉐라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재즈쇼를 보러 갔는데 이미 끝나서, 호텔 1층에서 스테이크로 저녁 식사를 했다. 다시 돌아와 푸르덴셜 빌딩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맥주를 마셨다.
보스턴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YMCA 빌딩 네온사인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YMCA 부근에는 범종이 처음 살던 아파트도 있고, 현재 살고 있는 스튜디오도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캠퍼스도 있다. 그곳이 주로 우리가 왔다 갔다 하던 곳이다.
범종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학생이 밤 늦게 숙소로 가다가 흑인 강도를 만났다. 강도가 갑자기 뒤에서 뒤를 돌아보지 말고, 핸드백만 달라는 말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흑인은 벽돌로 여학생의 얼굴을 세게 때리고 핸드백을 빼앗아 도망갔다. 한국 유학생들이 모금을 해서 주었고, 현상금을 1만불이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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