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대학 강의 준비를 하다
비행기는 끝없이 먼 길을 날고 있었다. 나는 혼자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명확하게 방향 지으려고 애썼다. 머리 속은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을 아껴 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에 가까이 오면서 창밖을 보니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다. 구름 바다였다. 구름 눈산이었다. 구름을 뭉치면 커다란 눈사람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오후 5시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또 많은 사람들 속에 뒤섞여 걸어가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 틈에 서 있어야 했고, 입국심사와 세관심사 등 계속되는 심사를 받아야 했다.
밖으로 나오니 늦가을의 공기가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10월을 떠나보낸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다. 606번 버스를 탔다. 조용하게 가을 풍경을 감상하고 오는데, 뒷좌석에 앉은 두 남자가 커다란 소리로 떠든다.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소리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남자는 연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버스 안이 다 울리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아무도 그 남자의 무례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출장 때는 유난히 시차 때문에 고생을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2006년은 병술년으로서 개띠 해다. 1월 1일 새해는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고 출발했다. 2006년 1월 초에는 감기 때문에 고생했다. 1월 1일부터 시작된 감기는 거의 보름 정도 계속되었다. 연초부터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병원 신세도 지고 약도 많이 먹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원리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1월에는 미국에서 범종이 와서 있었다. 12월에 와서 1월 24일 돌아갔다. 겨울 방학동안 서울에 와서 지내고 간 것이다. 외국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다가 서울 오면 그래도 리프렛쉬해서 돌아간다.
1월에는 강의 준비에 바빴다. 헌법재판론을 강의하기로 했다. 헌법재판론은 나에게 새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새로운 시각에서 강의를 준비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헌법재판에 관한 책을 읽고 헌법재판소 판례를 공부했다. 오래 전에 공부했던 헌법을 새로 공부하니 재미가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보았던 책과, 강의를 준비하면서 보는 책은 전혀 의미가 달랐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헌법과 연관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신문을 봐도 헌법관련기사가 눈에 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지식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 연구했다. 강의를 시작한다는 마음에 들떠있었다. 대학의 봄은 나에게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학기 단위로 체계적으로 하는 강의를 맡고 보니 많은 부담이 된다.
1월은 계속해서 윤상림사건 때문에 사회가 어수선했다. 정치계, 법조계, 군 경찰 등 안 걸리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건이었다. 2월 10일, 11일 이틀에 걸쳐 광릉에 있는 제3캠퍼스에서 워크숍이 있었다. 2월 10일 오전 9시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했다. 광릉 부근에 있는 회의장으로 갔다. ‘평화는 개선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탑을 보았다. 공기가 맑은 곳이었다. 머리가 아주 맑아진다.
정말 필요한 회의였다. 강의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매우 유익했다. 잘 모르던 분야에 관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강의를 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8시에 아침 식사를 했다. 다시 회의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서울로 돌아왔다. 그냥 헤어지기가 서운하다고 해서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신정식당에 가서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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