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뉴욕의 핼로윈데이

 

 

 

범인은 아직까지 못잡고, 여학생의 얼굴은 심하게 망가졌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미국의 밤거리는 조심해야 한다. 강도범은 엄벌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한가? 돈을 빼앗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망가뜨린다.

 

10월 31일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노스이스턴 대학교에 갔다. 그 캠퍼스에 가면 나는 항상 작은 연못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곳에 있는 작은 오리새끼들을 또 찾아보았다. 오리는 여전히 연못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오리의 발을 쳐다보았다.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야 물위에서 방향을 잡는다.

 

캠퍼스 옆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빵과 오렌지쥬스를 사서 먹었다. 아침 운동 뒤에 먹는 간식은 매우 맛있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 범종과 함께 식사를 하고 Back Bay Station으로 갔다. 돌아올 때는 Amtrak First Class를 탔다. 편도로 160불이다. 이국 만리 먼 곳에서 범종과 헤어지니 서운했다. 혼자 남겨 두고 오는 마음이 허전했다. 비지니스 클래스는 110불 정도다.

 

Amtrak 아닌 액셀레이터라는 다른 종류의 열차가 있다. 그 열차로 뉴욕과 보스턴 구간은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내가 오전 10시 20분 탄 Amtrak은 돌아올 때는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First Class 칸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내주었다.

 

뉴욕역에서 내려 걸어서 힐튼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혼자 쉬다가 밤 늦게 11시경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핼로윈데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복장과 가면을 쓰고 장난을 하고 있었다. 1986년 시애틀에서 유학을 할 때는 핼로윈데이의 실상을 몰랐다.

 

가장 번화하다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핼로윈데이는 미국인들의 커다란 축제였다. 시커먼 곰이 되어 다니는 사람, 무서운 가면을 쓴 사람, 이쁜 공주 옷을 입은 여자, 그중에는 한국 유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11월 1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한인타운으로 갔다. P사장은 나 때문에 새벽부터 고생을 한다. 미안했다.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교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존 에프 케네디 공항으로 갔다. 공항 가는 길에는 가을이 내려 있었다. 단풍으로 물들은 가로수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하게 깊어 간 가을이 뉴욕을 덮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출발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다. 까다로운 검색절차를 통과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The Age of Anxiety 라는 책을 샀다. 저자는 퓨리처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인 헤인즈 죤슨(Haynes Johnson)이다. 1950년대 미국 맥카시선풍에 이어 2000년대 9.11테러까지 불안한 사회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면세점을 둘러보았으나 사고 싶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 예전에는 술에 관심이 많았으나 요새는 별로다. 대한항공 라운지에 들어갔다. First Class는 Lounge도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Business Class와도 구별되어 있다. 조용하고 사람도 거의 없다. 나는 그곳에서 방금 전에 산 책을 읽었다.

 

커피를 마시며 밖을 내다보았다. 뉴욕 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계속해서 뜨고 내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 어디선가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에 공항은 존재하고 있다.

 

예정보다 하루 앞 당겨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 와인을 세잔 정도 마셨다. 기내식 후 누웠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들었다. 7시간 정도를 그냥 잤다. 불편했지만 그런대로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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