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9)

 

원홍은 10분쯤 있다가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실크천을 밑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불을 켰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당연히 붉어야 할 실크가 아주 하얗게 그대로 있었다. 대신 우윳빛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

 

원홍은 벌떡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영색의 몸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혹시 체질상 나오기는 나왔는데, 너무 양이 적어 안에서 머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안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원홍은 너무 실망했다. 표정이 흑색으로 변했다.

 

마치 아무도 열 수 없도록 굳게 잠겨진 금고 안에 7캐롯의 다이야몬드 목걸이를 넣어놓고, 그것을 꺼내 목에 걸려고 금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어두움만 있는 것처럼 원홍은 절망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상실했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인생은 거기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원홍은 영색에게 추궁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백지의 실크천을 영색의 바로 눈 앞에 들이댔다. 무서운 증거였다 처녀성의 상실 및 부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였다. 누가 만든, 다른 사람이 조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영색의 몸 안으로 원홍의 몸의 일부가 직접 들어가서 채굴해 나온 명백한 증거였다.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충분한 증명력과 신빙성을 갖춘 evidence였다.

 

영색은 기가 막혔다. 자신은 결백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신의 결백, 즉 무경험을 어떻게 달리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증명은 오직 하나님만 알고 있다.

 

그렇다고 원홍에게 하나님을 방문해서 물어보라고 하든가, 사실조회를 신청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영색은 이 상황이 두려웠다. 공포심이 엄습했다.

 

아니예요. 절대 그런 일 없었어요. 하나님께 맹세해요. 저를 믿어요. 혹시 제대로 안 해서 그럴 수 있으니, 다시 한번 더 세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울면서 사정했다.

 

하지만 냉정한 원홍은 단호했다. ‘모든 건 끝났어. 거짓말 하지 마.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의대생이야. 나가자.’ 두 사람은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일체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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