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22)

 

보름쯤 지난 다음, 원홍은 종범, 해성을 만났다. 아직 종범의 얼굴에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먼저 원홍이 사과를 했다.

 

종범아! 정말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줘. 그때는 내가 순간적으로 내 정신이 아니었어. 네가 백미와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흥분했고, 내 감정이 폭발했었어. 치료비는 내가 다 물어줄 게.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백미를 만나지 않을 거야.”

 

종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해성이 거들었다.

원홍아! 이제는 정말 정신 차려. 학교 공부도 힘이 든데, 왜 그깟 여자문제로 인생을 망치려고 그러니? 종범이도 네가 그렇게 미친 짓 한 것 다 이해하기로 했어. 그리고 백미와도 만나지 않는대.”

 

원홍은 귀가 번쩍 뛰었다. 종범이 백미와 헤어졌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하지만 종범이 이미 백미와 깊은 관계에까지 갔는지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셨다.

 

술에 취해, 술이 기운을 빌어서 백미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 술이 많이 들어가서 기분이 한껏 좋아지자, 원홍은 종범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종범아! 너 정말 내 친구 맞지? 내가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딱 하나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니?”

그래. 물어 봐.”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했던 영색과 아직 잠을 자지 못했어. 그 이유는 나는 하고 싶어도 영색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너는 백미와 한 것처럼 보이거든. 내가 질투하는 건 아니야. 그냥 알고 싶어서 그래. 백미와 했지?”

 

안 했어. 나를 그렇게 보지 마. 너는 지금까지도 나를 그 정도로 보는 거야? 아직 대학교 1학년 아이야. 그리고 백미는 보통 여자들과 달라. 결혼 전까지는 절대로 그런 것을 하지 않을 아이야. 그날 술에 취해서 내가 부축해주었던 것뿐이야.”

 

거짓말! 나는 딱 보면, 다 알아. 너희 둘이서 택시에서 내려서 같이 껴안고 갈 때 다 알아봤어. 네가 나를 진정 친구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안 돼! 나는 네가 백미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을 너를 통해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그렇게 사실대로 내게 말해주면 내가 백미를 잊는데 훨씬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종범아! 정신 좀 차려라.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데이트하면서 서로 좋으면 그걸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데 너는 왜 그런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분명히 백미와 하지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는 백미와 만나지 않을 거고. 그날 백미 오빠를 보니까 잘못했다가는 뼈도 못추리겠더라. 그리고 백미도 오빠 무서워서 나를 만나지 않는다고 했어. 나도 지금 공부가 중요하니까 당분간 여자는 만나지 않을 거야.”

 

원홍은 종범이 말이 사실인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영색의 친구 5인방 아이들은 그렇게 남자관계가 복잡한 것 같지 않았고, 특히 백미나 흑미는 쉽게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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