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23)
원홍은 술김에 해성에게 물었다.
“해성아! 너는 분명히 흑미와 했지? 솔직하게 말해 줘.”
“야. 이 미친 놈아. 너는 왜 다른 여자들 잠자리 한 것이 그렇게 궁금하고 중요하냐? 정신 좀 차려라. 나도 네가 미친 짓 하는 바람에 흑미도 요새는 내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너 때문에 우리 세사람은 다 또라이 취급을 받게 됐어. 너 그러지 말고,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과 좀 다녀봐. 증세가 심각한 것 같아.”
“응. 나도 그렇지 않아도 정신과에 가서 상담 좀 받으려고 해. 요새 우울증이 심해진 것 같아. 밤에 잠도 못자겠고, 꿈에 무서운 괴물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 혼자 있으면 여자들과 섹스하는 환상에 빠져. 이러다가는 학교를 휴학해야 할 것 같아. 봐서 학교 그만 두고, 아프리카로 선교하러 갈지도 몰라.”
“원홍아. 여자라는 존재,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냐. 해부학 시간에 봤잖아?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육체란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사우나에 가서 남자들 발가벗고 왔다갔다 하는 것 봐! 얼마나 단순하고 동물적인가? 사우나에서 남자를의 신체를 보고 섹시하게 느껴지는 경우 봤어? 아무도 없잖아? 성기란 단순한 배설작용을 하는 몸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잖아? 여자도 마찬가지야. 멋있게 꾸면서 그렇지 누드 사진도 마찬가지야? 몸매가 잘 빠지고, 얼굴이 예쁘고, 젊은 여자의 누드가 멋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실물로 나이 먹고, 몸매가 엉망이고, 늙은 여자 나체를 봐, 얼마나 추하고 볼품 없는지? 섹스도 마찬가지야. 기본적으로 더럽고 추한 행위야. 그래서 사람들은 섹스를 할 때 눈을 감는 거야. 더러운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야. 그리고 벌거벗은 존재의 동물적 냄새는 아주 역겨워. 그런데, 네가 왜 여자 때문에 그렇게 집착하고 더군다나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 백미를 스토킹하고, 친구의 애인까지 네가 빼앗으려고 하니? 정신 좀 차리자.”
원홍은 술에 취해 해성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은 졸고 있다가 갑자기 끝부분에, 백미가 친구의 애인이라고 하는 말에 갑자기 정신이 뻔쩍 났다.
“아니, 백미가 누구의 애인이라고? 백미는 원래 내 꺼였어. 아무도 건드리면 안 돼. 백미는 오직 내 꺼라고!”
원홍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술집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래서 원홍 일행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홍이 큰 소리로, ‘백미는 내 꺼야!’라고 반복해서 외치니까, 원홍이 아마 쌀농사, 주로 하얀 쌀을 주로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로서 장차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대규모로 쌀을 경작하는 젊은이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젊은이 들이 대학교나 다니려고 하지, 누가 힘든 쌀농사를 지으려고 그러나? 정말 훌륭한 친구다.’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홍 일행이 ‘백미’뿐 아니라, 검은 쌀인 ‘흑미’ 이야기도 자주 하는 것을 보고, 같은 영농조합에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흑인도 많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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