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0)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관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잘못했다가는 억울한 시민을 술에 취한 공칠 때문에 불법도촬혐의로 현행범체포했고, 게다가 체포 과정에서 공칠이라는 민간인이 피의자를 폭행하고 불법적으로 신체수색을 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피의자는 방송사에 근무하는 언론인이었다. 경찰관은 꼬리를 내렸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조사를 마치겠습니다. 피의자가 잃어버렸다는 핸드폰을 확보하면 다시 조사를 하겠습니다.”

 

아니, 경찰관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범죄인 취급을 하고, 폭행을 가하고 그냥 돌아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 깡패를 구속시켜주세요. 그리고 내 억울함을 서면으로 써서 확인해 주세요.”

 

경찰관은 공칠에게 불만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빠른 시일에 불만의 핸드폰을 찾아오라고 했다. 공칠은 기가 막혔다.

 

경찰관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분명히 이 사람은 젊은 여자의 치마 밑에 핸드폰을 대고 사진을 찍었단 말입니다. 저로 에스컬레이터에서 저 여자의 치마 속을 볼 수 있었어요. 빨간 팬티였어요. 여자 분! 맞이요? 팬티 색깔이 빨갛지요? 그런데 이 나쁜 범인을 그냥 돌려보낸다는 겁니까?”

 

여자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고 있었다. 공칠이 자세히 보니 여자의 치마가 너무 짧았다. 거의 팬티 수준이었다.

 

공칠은 여자의 나이와 직업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걸 물어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공칠은 경찰관에게 말했다.

 

경찰관님! 저 여자분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공공연한 장소에서 뒤에 오는 범인이 자신의 치마 속으로 핸드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고, 이어서 여자분의 얼굴과 전신 사진을 같이 찍어서 가지고 있다가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결혼은 어떻게 합니까? 자신의 팬티가 공공연하게 인터넷에 올라있고, 그것이 영구히 삭제되지 않는다면 살 수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러자 피의자로 입건되어 있는 불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니, 당신이 변호사야! 검사야! 내가 저 여자 치마 속을 찍지도 않았지만, 설사 어떤 사람이 치마 치맛속을 찍었다고 해도, 저 여자가 입는 피해는 아무 것도 아닌 것 아냐? 여자가 무슨 피해를 본다고 생각해? 인터넷에 올린다고 해도, 어떤 사람이 저 여자인 것으로 알 수 있는 거야?“

 

여자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남의 치마 속은 왜 찍어요? 변태 아니예요? 누구나 자기 치마 속을 찍으면 기분 나쁠 것 아니예요?“

 

경찰관은 매우 골치가 아팠다. 일단 모두 귀가조치시켰다. 예전 같으면 이런 사건은 즉시 기자들이 언론인의 성범죄로 보도를 했을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시해서 방송인 같은 인사가 지하철에서 여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면 그런 피의사실을 보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어떤 장관에 대한 피의사실을 검찰에서 공표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법무부에서는 피의사실을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는 일체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게 방침을 정해놓았다.

 

그래서 경찰관도 불만에 대한 성범죄피의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공칠이 아는 기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이야기해도 기자들은 기소되기 전까지는 보도하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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