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2)

 

정국영 후보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법을 잘 지키는 모범시민이었는지를 이렇게 강조했다.

 

자신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수칙’을 스스로 터득해서 지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날이면 며칠 동안 영양분섭취를 중단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도 횡단보도 선 그어있는 곳에서 1센치미터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통 1~2미터는 선을 벗어나서 걷고, 특히 횡단보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횡단선을 크게 벗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정국영 학생은 저런 아이들은 나중에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판사나 검사’ 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횡단보도의 선 하나 지키지 않는 학생이 어떻게 ‘법과 정의’를 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정국영 학생의 소신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횡단선을 지키지 않고 빨리 요령껏 건넜던 친구들이 대부분 법집행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국영은 이런 비참한 사회현실을 보고 결국 이래서 성경에서도 ‘곧 말세가 온다’고 예언한 것이라고 믿었다.

 

정국영은 성년이 되어 술과 담배를 시작했을 때에도 반드시 마시는 술의 양과 피는 담배의 양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한번에 소주는 1병 반, 맥주는 10병 반으로 정해놓았는데, 만일 술자리에서 상사가 그 이상의 양을 권하면 목숨을 걸고 항명을 했다.

 

그리고 소주 반병의 계산방식은 약간 복잡했는데, 두변째 소주병은 마시기 전에 맥주잔 2개에 똑같이 따라놓고, 가지고 다니는 문방구용 자로 수평선이 정확하게 맞는지 재놓고 반의 양만 마셨다.

 

만일 실수로 반병을 마시다가 다른 반병의 잔을 마셔서 정확하게 마실 목표치가 계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화장실에 가서 그때까지 마신 소주를 모두 토해서 제로로 만들어놓고,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정국영도 사실 이럴 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모범시민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심지어 여자와 잠자리를 할 때에도 자신이 정한 시간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사전 애무시간, 정식 교접시간, 사후 애무시간을’을 10분 단위로 나누어서 실천에 옮겼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런 원칙을 지키는데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정국영은 이런 여자들을 ‘개념 없는 여자’ ‘법을 지킬 수 없는 불쌍한 인간’으로 단정하고 계속해서 국영의 법과 원칙을 지키는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여자들은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직선거법위반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도 처음에는 정국영 피의자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정국영이 어떻게 법을 지키며 살아왔는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무조건 아멘!’하고 정후보의 무혐의를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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