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질 때>
꽃이 졌다
봄날처럼 없어졌다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꽃이 진 자리에
눈물이 떨어진다
꽃잎이 눈물에 젖는다
꽃잎도 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렇다고 잊혀진 건 아냐
아주 사라진 것도 아냐
그냥 꿈을 꾸는 거야
꿈속에서 너를 만지고 있는 거야
꽃은 다시 피지 않아
꽃잎도 빗물에 젖지 않아
아픈 가슴만 벌거벗은 채
슬픈 몸뚱아리만 외투를 걸쳤어
서럽게 봄날이 가는 거야
진한 상처만 남기고
밤새 신음소리를 냈어
오랜 기억 때문에
그놈의 정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