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소나타>
작은 정원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진다
달은 구름을 타고 흐르고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울려퍼진다
꽃잎이 수은등 아래서
눈꽃처럼 날리고 있다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 무리 가운데
초라한 존재의 그림자가 비친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언어는 언어도 이어진다
차가운 숨결조차
거친 호흡을 억누른다
달빛이 차다
가슴 속을 파고 드는
너의 손길을 받아들이려
옷깃을 풀어헤친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몰아치고
보이지 않는 바다에는
광풍이 인다
하나가 하나 되는 시간
삶은 잉태되었다가
작렬하는 태양 아래 소멸한다
<후기>
새벽에 잠이 깼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듣는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시를 썼다.
그래서 제목이 <월광소나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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