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한 건>

 

너를 기다리는 시간

호수에는 눈물이 흘렀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작은 새가 조용히 밤을 새웠다

 

사랑하지 못한 건

사랑할 수 없어서다

이루지 못한 건

이룰 수 없어서다

 

새는 절벽으로 추락한다

붉은 꽃잎들이 함께 떨어진다

그곳에는 신음소리도 없다

빗물만이 아픔을 참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건

너무 아파서다

떠난다는 말도 못한 건

끝내 떠날 수 없어서다

 

새는 보이지 않는다

너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호수에는

낯선 침묵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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