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다녀오다>

 

대전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있어 내려갔다. 서울에서 차를 운전하고 갔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조정에 참여했다. 원고 본인도 참석했다.

 

각자 따로 대전으로 갔기 때문에 일단 검찰청 앞에 있는 스타박스 커피숍에서 만났다. 늘 서울에서만 보다가 대전에서 만나니 약간 이상했다. 1시간 동안 서로 전략을 짜고 상의를 했다.

 

재판에는 언제나 긴장이 흐른다. 커다란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서로가 적대적이다. 변호사도 상대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뢰인과 한마음, 한편이 된다. 그래서 상대 변호사가 말을 하면 우선 거부반응부터 보이게 된다.

 

이쪽에서 보면 상대방의 주장 자체가 부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정 자체가 굳어진다. 음성이 커지기도 하고, 거칠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

 

재판이 끝난 다음 나 혼자 차를 운전하고 대전문창초등학교, 대신초등학교, 대전고등학교 등을 순차로 돌아보았다. 옛날 내가 살던 곳, 다니던 학교를 둘러보고싶었다.

 

까마득하게 오래 된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어려서 고생했던 시절이었다. 부모님과 형제들, 함께 고생하고, 세상 모르고, 힘이 없는 상태에서 눌려 지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대신초등학교에 올라가 보니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짓고 있었다. 내가 살던 입구에 있는 집도 헐고 새로 지었다. 바로 옆에 있는 집들은 몇십년 전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에 아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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