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로써 대학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를 만나다
윤석은 오늘도 하루 종일 바빴다. 자신이 직접 모든 수술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금요일 오후는 더욱 바쁜 시간이다. 예전과 달리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 남자 손님도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다. 얼짱이 되려고 몸부림 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학 다닐 때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 도움이 됐는지 수술 솜씨가 좋다는 평을 받아 강남에서 많은 손님을 끌게 되었다.
강남에는 성형외과 전문병원이 밀집해 있다. 압구정동, 신사동, 논현동에는 성형외과 간판이 줄지어 있다. 다른 병원들은 문을 닫기도 하고, 임대료가 비싸 부담스러워 변두리로 옮기는 사례도 많은데, 성형외과만은 그렇지 않았다. 비싼 비용을 내고, 그것도 의료보험대상도 아닌 수술을 받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는 번화한 곳에 위치하여야 하고, 내부시설도 아주 고급스럽게 하기 때문에 개설 및 유지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윤석이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강남에서 성형외과 의사로서 살아남은 것은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고 손님을 다루는 노하우를 익혔기 때문이다.
수술을 마치고 잠시 쉬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혜경의 문자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7시, 인터콘티넨탈, 로비라운지’
지난 봄이었다. 혜경은 윤석이 원장으로 있는 줄 모르고, 친구 소개로 병원을 찾아왔다. 동생이 성형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같이 따라왔던 것인데, 알고 보니 윤석이 원장으로 수술을 담당할 의사였다. 윤석은 성의를 가지고 열심히 해주었다.
자신의 이상형을 만드는 그리스 시대의 조각가처럼 온 정성을 다 바쳤다. 간호사들도 수술 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졌다고 난리였다. 혜경 동생도 수술 결과에 아주 만족했고, 매우 고마워했다. 이렇게 해서 윤석과 혜경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윤석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탔다. 하루의 피로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거리에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거리에서 무언가 팔고 있는 사람,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젊은 연인들이 불타는 금요일 저녁 시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라디오를 켜니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 예식장 모텔 등을 경영하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정밀세무조사를 벌여 엄청난 세금을 추징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서,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한 사람들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 이들은 현금결제를 유도함으로써 현금으로 받는 수입금액은 매출금액신고를 할 때 매출분을 누락하거나 부동산 매매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모범이 되어야 할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이 탈세에 앞장서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의 탈세 소득이 부동산 투기 등 재산증식의 자금으로 사용되면서 부의 양극화 현상을 낳고 있다’는 논평도 나왔다.
사업하는 사람들의 탈세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이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탈세의 유혹과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오래된 관행의 탓이리라.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세금을 법대로 다 내면 남는 것이 없고,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 ‘왜 나만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손해 아니냐?’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윤석도 겁이 났다.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어쩌나? 너나 할 것 없이 제대로 세금신고를 하지 않을 텐데, 세무조사를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은 자신이 돈을 많이 벌고 있고,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지만, 세금 문제만 나오면 양심이 찔리고 꺼림칙했다. 실제로 윤석도 수술비용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술을 받으러 오는 교포나 외국 사람들로부터는 많은 경우 신용카드결제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받았다. 어떤 경우에는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로 받았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윤석은 마치 자신이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럽 스타일의 제복을 입은 도어맨이 경례를 하면서 맞았다. 웅장한 호텔 건물은 왠지 묵직해 보였고, 무게가 있었다. 그래서 즐겨 이 호텔을 이용했다. 특히 1층 로비라운지는 천장이 높아서 마치 자신이 유럽 어느 도시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혜경은 미리 와 있었다. 오늘 따라 밝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늘상 들고 다니는 검은 색 샤넬백이 유난히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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