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뱅이 남편을 보낸 다음 더 나쁜 남자를 만나 고생을 하다

 

사장은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렸을 때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주 싸웠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해서 거의 매일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서 들어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술주정을 했다. 어머니가 못생겨서 아버지는 창피하다고 하면서, 그렇지만 어머니가 불쌍해서 데리고 살아준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너무 무시하고 구박하고 학대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여러 차례 집을 나갔다. 그럴 때에는 사장은 어린 나이에 집에 있는 것이 무서웠다. 아버지가 괴물처럼 변해서 어머니가 다시 집에 들어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식칼을 두 자루 갈고 있었다. 날이 너무 시퍼렇게 서서, 그런 식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은 공포에 떨었다.

 

어머니가 밖에 나갔다가 어린 자식들이 불쌍해서 다시 들어오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렸다. 다행이 아버지는 그동안 날을 갈아놓았던 식칼을 꺼내들지는 않았다. 대신 주먹으로 몇 대 때리고, 발로 몇 대 찼다. 심한 상처가 날 정도로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잘못했다고 두 손을 삭삭 빌고 아버지 술상을 차려주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취해서 이번 한번은 특별히 봐준다고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큰소리로 떠들었다.

 

나중에 사장이 커서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고 술을 마시고, 그런 날에는 꼭 어머니와 잠자리를 했다. 어머니는 그때가 제일 싫었다고 한다. 너무 미워서 집을 나갔다가 하는 수 없이 돌아온 부인을 또 때리고 술상을 차리게 한 다음, 술에 취해 양치질도 하지 않고, 어머니를 눕혀 놓고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아버지가 정말 미웠고, 징그러웠으며, 어떤 때는 죽이고 싶었다고 한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사장도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 미워졌다. 그래서 어머니와 상의해서 아버지만 남겨놓고 모두 도망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사장은 그럴 때 어머니를 말렸다. 절대로 아버지만 놓고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토록 술을 좋아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해서 결국 60살이 되던 해에 간암으로 한많은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 고생만 시키고, 재산은 집 한 채만 남겨놓고 아주 먼 곳으로 외롭게 가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 세명과 함께 고생을 많이 했다. 55살에 돈 없는 과부가 된 어머니에게 달라붙는 남자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돈이 없고, 몸똥아리 하나만 가진 남자들이었다. 그동안 아버지 때문에 고생만 했던 어머니는 이상하게 프로포즈를 하는 남자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잠자리를 했다. 그런데 남자들은 대개 어머니와 성관계를 해서 자신의 정욕을 채운 다음에는 곧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또 그때마다 심한 상처를 받고 울고 불고 하는 것이었다.

 

어떤 건달은 불쌍한 어머니에게서 돈까지 뜯어갔다. 어머니에게는 매우 큰돈이었던 현금 35만원을 빌려간 사기꾼은 그 돈을 가지고 곧장 술집으로 가서 젊은 아가씨에게 팁으로 30만원을 주고 하룻밤 정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 사기꾼은 한달만에 다시 어머니 앞에 나타났다.

 

어머니는 꾸어간 돈 35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사기꾼은 거꾸로 자신이 어머니에게 30만원을 빌려주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큰소리를 쳤다. 어머니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기꾼은 그 상황에서 어머니에게 자신이 빌려준 30만원을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서에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한다고 겁을 주었다. 어머니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런 사기꾼의 말에 벌벌 떨었다. 사기꾼은 어머니 앞에서 핸드폰으로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스피커폰으로 어머니에게 들리도록 해놓았다.

 

어이, 김형사, 이런 경우에는 징역을 얼마나 살지? 내가 여자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이 여자가 내게서 이틀만 쓰고 이자를 붙여 준다고 30만원을 한달 전에 빌려가놓고, 지금 와서는 꾼 사실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 아무래도 김형사가 조사를 해서 감방에 넣어줘야겠어.”

 

 

.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구속시켜줄게. 그 정도면 징역 1년은 살게 될 거야. 언제 체포하러 갈까?”

지금 이 사기꾼이 벌벌 떨고 있으니까 내가 한번 좋게 타일러보고 안되면 김형사 도움을 청할게.”

지금 내가 경찰관하고 말하는 거 들었지? 어떻게 할 거야. 내일까지 돈 30만원을 가져올 거야? 아니면 지금 모텔에 가서 한번 대줄 거야? 내가 특별히 봐줘서 한번에 10만원씩 까줄게.”

 

어머니는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징역을 살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사기꾼을 따라가서 괴로웠지만 일을 치루고 왔다. 모텔에서 나오면서 어머니는 죽은 남편이 그리웠다. 남편이 살아있으면 이런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을텐데 하면서 둥근 달을 쳐다보았다.

 

달속에서 죽은 남편이 환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다가 곧 검은 구름에 쌓여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구름을 벗어나자 아버지는 또 달 가장자리에 매달려있었다 아주 썩은 표정으로 지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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