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월광소나타>
짙은 구름 속에 사랑이 숨었다
언제 나타날까 가슴 조린다
사랑 때문에 오늘도 잠 못이룬다
뿌연 하늘을 본다
곧 비가 내릴 것이다
비는 하늘에서 내린다
너는 비를 맞으며 왔다
소리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왔다
어둠 속에서 나는
너의 발걸음을 듣지 못했다
마주 선 사랑 앞에서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뜨거운 사랑은 빗물을 눈물로 바꾼다
비에 젖은 꽃잎들이 처량하다
웃음을 잃은 채
두 팔을 벌리고 누워
밤하늘을 본다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사랑을 기다리는 것
상실된 사랑을 되찾는 것
우리는 사랑의 존재와 부재를 탓하지 않는다
빗방울이 피아노 건반 위에 튄다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우리 사랑이 춤을 춘다
잠시 비가 그치고
달빛에 젖어
월광소나타가 울려퍼진다
너의 미소를 그리려고
붓을 움직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비에 젖은 깊은 곳에서
작은 생명이 느껴진다
<빗속에서 그리움을 찾으려고 애썼다.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눈을 감은 채 아픈 추억을 어루만졌다. 손에 잡힌 것은 차가운 감각뿐이었다. 비를 맞는 건, 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방금 쓴 시다. 창밖에는 이미 어둠이 내렸다. 비가 내린다.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꿈속에서 월광소나타를 듣는다. 한폭의 그림을 그린다. 너의 음성과 미소를 붓으로 써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