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의 유혹에 넘어간 사장이 협박을 당해 커피숍을 차려주다

 

‘Come September!' 정현은 가을이 오면 늘 가슴이 설렜다. 왜 그러는지는 몰랐다. 다른 계절과 달리 가을이 되면 마음이 들떠 가만히 있는 것이 힘들었다. 가을에는 바람이 선선해진다. 한 여름의 폭염도 지나가고, 해수욕장의 따가운 햇볕도 수그러든다. 사과가 익어가고, 대추가 붉어진다. 딱딱하던 감이 부드러워지고, 수줍음을 타듯이 홍조를 띤다. 금요일 저녁시간이었다. 퇴근을 앞두고 정현은 갑자기 센치해졌다. 윤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하고 있어?”

. 지금 막 수술 끝내고 나왔어. 퇴근하려고 그러는구나.”

술이나 한잔 할까?”

좋아. 하얏트에서 만나. 일곱시까지 갈게.”

 

윤석 아버지는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젊었을 때 목수일을 하고, 광산에서 일도 하고, 건설공사 노동일을 하기도 했다.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다가 친척들과 동업으로 제재소를 하였다. 처음에는 잘 나갔지만, 시간이 가면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동업자 간에 분쟁까지 생겼다.

 

사업도 어려웠는데, 아버지는 제재소에서 사무를 보던 젊은 여자 직원과 연애를 했다. 무려 서른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여직원이 아버지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사장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면, 여직원이 들어와서 아버지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그러다가 점점 아래쪽으로 부위를 옮겨서 아버지를 흥분시켰다. 아버지도 젊은 여자가 몸을 만져주니까 가만 있지 못하고 여자의 몸을 같이 만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일이 벌어졌다.

 

몇 달을 그렇게 지내다가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 여직원과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자 여직원의 부모와 오빠가 여직원을 데리고 회사로 찾아왔다. 아버지에게 여직원을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여직원을 평생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가정이 있는데 여직원을 어떻게 평생 책임지라고 하냐고 물었다. “얘는 몸이 약해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커피숍을 하나 차려줘요.” 아버지는 하는 수 없었다. 여직원은 회사를 그만 두고 하루 아침에 커피숍 사장이 되었다.

 

커피숍 이름은 아버지 제재소 이름과 똑 같은 것으로 했다. 이런 저런 일로 끝내 제재소는 문을 닫게 되었고, 아버지는 56살이 되던 해에 실업자가 되었다.

 

이때 윤석은 고등학교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그때까지는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지고 아버지가 돈을 못 벌게 되고 빚을 지게 되자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들의 눈치가 달라졌다. 잘 살다가 못사는 측으로 전락하니 모든 면에서 불편했다. 친구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윤석의 집안이 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윤석은 기가 죽었다.

 

그런데도 윤석은 공부를 잘했다. 수학을 좋아하고, 제일 잘했다. 처음에는 공대 가서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갑자기 아버지가 의사가 되라고 강력하게 권유했다. 윤석의 작은 아버지가 술을 좋아해서 간이 나빠졌는데 그 때문에 병원에 다니면서 보니까 집안에 의사가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윤석의 삼촌은 간경화로 인해 55세에 돌아가셨지만, 삼촌 때문에 영향을 받은 아버지가 윤석의 진로를 바꿔놓은 것이었다.

 

처음에 윤석은 대학입시에서 안타깝게 떨어졌다. 고등학교 성적으로는 당연히 합격할 수 있었는데, 입시 보름 전에 감기가 들었다. 열심히 마지막 총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겨울에 공부를 하다가 창문을 열어놓고 몇 시간 낮잠을 잔 것이 화근이 되어 감기가 들었다.

 

즉시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제대로 치료를 했으면 괜찮을 것인데, 병원에도 가지 않고 버티다가 도졌다. 가뜩이나 입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던 터라 낫지 않고 더욱 심해졌다. 막상 서울 올라와서 시험 볼 때는 귀도 멍하고 머리도 아플 정도였다. 간신히 시험을 끝까지 보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시험에 떨어진 기분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더군다나 집안이 어려워서 재수를 한다는 것이 힘든 상황이었다. 부모님께 미안했다. 부모님께서는 걱정 말라고 하면서 서울 가서 학원을 다니라고 했다. 그래서 서울로 혼자 올라와 하숙을 하면서 학원을 다녔다.

 

학원 분위기는 지방의 고등학교와는 전혀 달랐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고, 학원 선생님들도 실력이 매우 좋았다. 교재도 수준이 놓았다. 윤석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그 다음 해에 목표로 한 의과대학에 합격하게 되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