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 뉴스에 마음 아파하다
퇴근시간에 맞춰 비가 내리고 있었다. 7월 하순이라 장마 같았다. 남부지방에서는 폭우 때문에 비피해가 크다고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때로는 낭만일 수도 있지만, 출퇴근시간에는 아주 불편하다. 옷도 젖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에는 젖은 우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불편하다.
정현은 택시를 탔다. 요새는 카카오택시가 생겨서 아주 편하다. 예전에는 콜택시만 있어 택시잡기가 불편했다. 특히 퇴근시간에는 아무리 콜을 해도 택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가 알아서 호출지점까지 온다. 오는 택시번호도 뜬다. 목적지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간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해서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기사와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서 내릴 수 있다. 문명의 이기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편리함을 더해주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인간 사이의 관계를 삭막하게 한다. 대화와 소통을 차단시킨다.
지금은 달나라까지 가는 세상인데 인간의 의식은 그에 못 따라가고 있다.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도덕심은 오히려 더 후퇴하고 있다. 사람들은 극심한 생존경쟁의 현실에서 삭막해진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에 대해 지극히 냉소적이다. 인간관계도 좁혀진다. 친구도 없고, 대화나 소통도 없다.
이처럼 비정한 현실에서 정현에게 윤석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삭막한 거대도시인 서울에서 같은 지방 출신인 가까운 친구가 있고, 서로 대화가 되며, 수준이 비슷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윤석은 정현과 고등학교 친구였다. 학교 다닐 때 같은 동네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가까웠다. 윤석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를 갔고, 의사가 되었다. 문과와 이과로 분야는 달랐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나고 가깝게 지냈다. 더군다나 처음에 입학시험에 떨어져 두 사람 모두 같은 대입학원에 1년간 다녔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남산에 있는 하얏트호텔까지 가면서 정현은 비가 내리는 서울 거리를 보고 있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정말 거대한 도시에서 개미 같은 아주 작은 존재였다. 혼자 아무리 열심히 기어 다녀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전혀 띌 것 같지 않았다. 거인의 발에 밟힐까 봐 걱정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낯선 곳에서 혼자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루하루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것 같고,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개미는 원래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데, 정현은 혼자 떨어진 외톨이 개미였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로서 도시의 이방인이었다. 만일 꺼진 땅속으로 추락하거나, 물을 뒤집어쓰고 헤어나지 못해도 도와줄 존재는 없었다. 그런 극한상황에서 개미는 오직 한 곳으로 더듬이를 세우고, 묵묵히 헤쳐 가고 있었다.
그런 개미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이 달라졌다. 현실에 많이 적응했고, 상황에 대처하는 법도 배웠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그런 개미는 아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성숙한 개미였다.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어떤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왜 자살을 할까? 그냥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부딪히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남의 일이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실존이,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겪게 되는 고립감, 고독감, 그리고 무력감을 강하게 느낄 때,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에게 아무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고립무원 상태에서 혼자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는 생을 포기하게 된다. 윤석은 젊은 연예인이 그렇게 잘 나가고 있다가 한 순간에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몹시 우울해졌다.
하얏트 호텔은 남산 중턱에 있다. 지금도 하얏트처럼 전망이 뛰어난 호텔은 드물다. 특히 서울 시내에서는 그렇다. 꽤 오래된 호텔이다. 그런 호텔이 남산에 어떻게 들어섰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개발 초기에 정부에서 환경이나 도심 미관 같은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정현은 호텔 1층에 있는 프랑스 식당으로 갔다.
윤석은 이미 와서 창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서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파리나 보스턴보다 훨씬 더 운치가 있고 멋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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