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에게는 엉망으로 하면서 다른 여자에게는 신사처럼 매너를 지키는 남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걸핏하면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아무 실속도 없는 모임에 가서 술이나 실컷 퍼마시고 취해서 들어오기 일쑤다. 부인이 애써 저녁 준비를 해놓았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온다. 심지어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면서 밖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집에 오면 가운도 안 입고, 그냥 런닝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닌다. 어린 자녀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이것을 따지면, 집에서 편하게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강변한다. 아무리 부부 사이지만, 이렇게 처신해서는 남편으로서 품위도 없고 무게도 없다. 여자는 점점 실망만 커진다.
주말에는 거실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야구중계나 바둑대국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부인이나 자녀들과는 거의 대화가 없다. 집안의 제사 날짜나 물어보는 정도다. 부모나 형제에 대한 흉이나 보고 직장 상사의 단점이나 부인에게 털어놓고 산다. 주식 투자를 조금 했다가 하종가를 치게 되면 세상이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남에게 무척 인색하고 오직 돈밖에 모른다.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도 별로 의리도 없고, 매우 이기적이다. 적십자회비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 어떤 곳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은 결혼한 이래 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는 늘상 불쌍한 사람 걱정을 하고, 심지어 아프리카 사는 원주민 딱한 사정 때문에 눈물도 글썽이던 사람이 결혼한 다음에는 너무 다른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도대체 여자가 볼 때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부인이 혼자 집에서 TV 드라마를 보면, 다른 남자들은 전혀 다르다. 의젓하고 품위 있고 고상하다.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애정 표현을 끊임없이 한다. 매사에 진지하고, 인간적이고 순수한 말을 하고 행동한다. 그런 탤런트들과 비교해 보면, 남편은 정말 형편 없는 속물 중의 속물이다.
도대체 이런 남자와 어떻게 앞으로 남은 긴 인생을 같이 살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 그러나 이런 남자들은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신바람이 나서 난리를 친다.
영식은 회사 일을 마치고 시간이 많이 남아 차를 운전하고 시내를 드라이브했다. 그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아스팔트에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쌓였던 울적함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차 안에는 ABBA의 경쾌한 노래가 귓전을 때리고 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다.
Pop Song을 들으면 어떻게 저렇게 좋은 노래를 만들고, 가수들이 그렇게 매끄럽게 부르는지 신기하다. 정말 탁월한 가수들이 많다. 놀라운 가창력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유명 가수들의 노래는 언제나 우리 곁에 친숙하게 다가온다.
금요일 오후 회사 일은 마쳤고, 비까지 내리니 영식은 묘한 분위기에 빠졌다.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들어가 봐야 별로 재미없는 부인과 맛없는 저녁식사나 하고, 혼자서 TV나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원동에 있는 뉴코아백화점 부근을 지나가는데 어떤 여자가 택시를 잡으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손에는 쇼핑을 해서 물건을 많이 들고 있었다. 우산도 없이 택시를 잡으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옷도 비를 그대로 맞으면 안 될 고급 옷이었다. 영식은 기사도정신을 발휘하여 차를 댔다. 사실은 그 여자의 얼굴과 몸매가 예쁘고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까지 가시죠?”
“대치동요.”
“타세요.”
“고맙습니다.”
영희도 밤이었으면 그 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밤에 자가용을 얻어 탔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뉴스도 많이 들었다. 남자들이 자가용에 타는 여자를 강간하고 돈을 빼앗고, 심지어는 살인한 다음 시체를 강에 버린 사건도 있었다.
그러니까 모르는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여 차를 얻어타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에서도 고속도로에서 이런 식으로 히치코킹을 하다가 살해되는 사람들이 많다. 거꾸로 차를 얻어 탄 사람이 도중에 권총으로 운전자를 살해하고 차까지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밤에 낯선 차를 무턱대고 타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다. 일단 차에 탄 이상 마음대로 내릴 수도 없다. 목적지로 가지 않고 교외로 끌고 가서 강간을 하거나 강도짓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결혼한 다음 부인에 대한 매너를 전혀 지키지 않는 남자가 있다. 그런 남자도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최선을 다하고, 깨끗한 신사도를 발휘한다. 결국 여자를 꼬시기 위한 가식이고 위선이다. 본질은 지저분하고 매너가 없는 속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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