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과 유부녀가 우연한 만남에서 지속적인 연애를 시작하다
영식은 대낮에 자신이 밖에 있는 이유를 회사일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식은 차를 운전하면서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대신 차 안의 공기가 기분이 좋게 느껴질 정도로 에어콘 온도조절을 했고, 음악을 클래식으로 깔아놓았다. 조수석에 앉은 경희에 대해서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처음 차를 탈 때 경희의 풍만한 가슴이 보였고, 짧은 치마 위로 무릎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경희의 몸에서는 고급 향수의 기분 좋은 향이 배어있었다.
대치동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릴 때 경희는 고맙다고 했고, 나중에 차라도 대접하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인사를 했다. 영식은 경희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아무 말도 없이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로가 다시 만난다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차를 한번 태워줬다는 이유로 다시 만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영식의 입장에서는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는 여자였지만, 멋있고 예쁜 여자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두 달쯤 지나서 경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번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차를 한잔 사겠다는 취지였다. 영식은 만사 제쳐놓고 경희를 만났다. 남자들은 집에서는 부인에게 따뜻하거나 자상하게 대하지 않아도 밖에서는 여자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성의를 다 한다. 집에서는 생활이니까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짧은 시간이니까 정성을 기울여 그렇게 해야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영식은 들떴다. 경희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깨끗하고 조용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대학교 1학년 때 미팅을 가기 전에 설레였던 그 마음이었다. 말이 경희가 산다는 것이었지, 가장 분위기 있는 장소를 선택한 것도, 돈을 낸 것도 모두 영식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상한 인연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경희는 남편이 있었지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울해졌던 경희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고, 차안에서 말없이 운전만 하고 갔던 영식이 떠올라 그냥 전화를 했던 것이다.
경희는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환경과 사는 것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사정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처녀 시절의 아름다운 문학소녀로서의 꿈,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며 감칠맛 있게 했다. 경희의 말을 듣고 있으면 영식은 마치 어렸을 때 동화를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영식과 경희는 가끔 술도 마시고, 강변고수부지에서 바람도 쐤다. 그러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그리고 마약처럼 습관이 되었다. Drug과 Sex, Bribery는 일단 시작을 하면, 벗어나지 못하는 습관성을 가진다.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그것을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를 스스로는 갖지 못한다. 몇 번 하다 보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자신과 결합해서 일체가 되기 때문에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조건반사적인 무의식적인 행동과 같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만일 그렇지 않고 그때 마다 처음과 똑 같은 망설임과 힘겨운 시도를 해야 하고, 노력을 되풀이해야 한다면,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 거기에 탐닉하지 않을 것이다. 낯선 이성과의 육체관계는 오로지 분위기 탓이다. 배우자와의 그것과 본질은 동일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장소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똑 같은 실체를 놓고, 행위자만 그것을 아주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지각하는 것에 불륜의 특징이 있다. 내용이 같은 실체를 행위자가 인식하는 방법의 차이에 불과한 것을 본질이 전혀 다른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점이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남녀 사이의 성관계는 이미 익숙해진 일상에 불과하다. 이럴 때 낯선 이성이 나타나서 두 사람 사이에 연애감정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실제로는 동물적인 본능에 따른 성관계를 하면서도, 새로운 이성의 교감, 인간적인 소통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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