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이 보이는 모텔방에 남편이 들이닥쳐 불륜의 현장이 발각된 여자>

 

북한강이 보이는 조용한 방에서 진한 시간을 보내고 영식은 깊은 잠에 빠졌다. 경희는 혼자 낭만에 젖어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커튼을 쳤기 때문에 방안은 어두웠다. 연한 실내등에 의지해서 천정을 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경희는 일어나서 커튼을 젖혔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멀리서 보면 정지해 있는 것 같지만, 거대한 바다가 끊임없이 파도를 일으키면서 밀려왔다가 밀려가듯이, 강물도 바다를 향해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움직임이다. 낮은 곳으로 흘러야 살아있는 것이다. 정지하면 죽음이다. 흐르지 않으면 생명의 종말이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 아래로 흐른다. 물이 거꾸로 높은 곳, 위로 흐르는 법은 없다. 그게 불과 다른 점이다. 불은 언제나 위로 꽃을 피운다. 위로 타올라야 진정한 불이고, 화려한 불꽃이 된다. 눈물도 마찬가지로 아래로 흐른다. 눈물은 아래로 내려가 가슴을 적시고, 지면을 촉촉하게 만든다. 대지를 적시는 눈물은 사랑과 슬픔의 흔적을 남긴다.

 

강물과 눈물을 생각하면서 경희는 방금 전 사랑하는 영식의 몸에서 배출된 어떤 액체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액체 역시 아래로, 밑으로 흘러서 작은 생명을 잉태시킨다. 그것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이동하는 수단이다.

 

경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조금만 더 있다가 영식을 깨워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갑자기 방안에 있는 구내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모텔 종업원이었다. 주차장에 세워둔 영식의 자동차를 다른 사람이 부딪혀서 접촉사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 알았어요. 내려갈 게요.”

많이 부숴졌대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어요?”

 

경희도 일어났다. 영식은 팬티도 입지 않고 바지만 서둘러 입고, 와이셔츠만 걸친 채 모텔문을 열고 나갔다. 문 앞에는 경희의 남편과 다른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모텔 종업원이 안내해 준 것이다.

 

경희 남편은 김생충은 곧 바로 영식을 붙잡고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종업원은 밖에 있고, 다른 남자도 방으로 들어왔다. 큰소리가 나면서 방안으로 사람들이 들이닥치자, 경희는 발가벗은 상태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남편이 온 것을 알고 혼비백산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때 느꼈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심장이 떨어져 나갈 뻔했다.

 

이런 극한적인 상황을 겪게 되면 심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평생 잊혀지지 않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이다. 이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우울증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경희는 너무 놀랐다.

 

남편 일행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모텔방 앞에 적혀있는 룸넘버부터, 영식을 찍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경희도 찍었다. 이불을 걷어젖히고 경희의 성적 수치심이 느껴지는 모든 부위까지 아예 동영상으로 찍었다. 경희의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풍만한 가슴과 탄력있는 히프가 살아있는 여인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경희는 그야말로 100% 알몸이었다. 가슴과 음부까지 다 노출되었다. 남편 일행의 이와 같은 행동은 매우 거칠었지만, 그들의 야만성은 간통이라는 부도덕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였고, 아무도 그에 대해 저항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의 나체는 인격이 배제된 동물의 일부분이었다.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창백했다. 생충 일행은 방문을 안에서 잠근 다음, 영식과 경희 두 사람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물적 증거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펼쳤다.

 

우선 침대 시트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남자의 정액이 남아 있는 흔적을 확인했다. 약간 젖어있는 부위를 발견한 생충 일행은 그 부분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트 자체를 증거물로 확보했다. 방에 있는 클리넥스도 주워담았다. 그리고 영식과 경희의 팬티도 증거물로 압수했다. 샤워한 수건도 증거물로 챙겼다.

 

영식은, “지금 당신들 뭐하는 거야?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라고 몇 차례 따졌지만, 흥분한 남편 일행에게는 아무런 반향 없는 공허한 노예의 외침이었다.

 

남편은 경희의 뺨을 몇 차례 때렸다. 그동안 남편은 아내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희가 딱히 맞을 일을 하지도 않았지만, 배울 만큼 배운 지성인이었고, 원래 성격이 남과 싸우거나 누구를 때리는 버릇은 없었다.

 

남편은 경희에게 무의식적으로 손이 올라갔다.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 심리는 무엇일까? 자신이 사랑했고 아이까지 낳은 여자다.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여자, 자신의 아내이자 자녀의 엄마인 여자가 다른 남자와 모텔방에서 누워있는 것을 보고 극도로 흥분한 것이다.

 

더군다나 크리넥스를 보고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 몸안에 사정까지 한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자 걷잡을 수 없이 이성을 상실했다.

 

<결혼한 사람들의 외도는 겉으로는 매우 낭만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속사정은 매우 복잡하다. 또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밝은 곳에 당당하게 나가지 못한다. 그들은 바퀴벌레처럼 어두운 방에서 숨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동물적인 사랑을 한다. 때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에 관한 법이나 도덕이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우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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