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현장에서 붙잡힌 남녀는 폭행을 당해도 저항하지 못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남편 자신에 대한 자학행위였다. 여자의 순결성, 지조가 망가진 데 대한 분노였다. 매우 이상한 형태의 심리작용이었다. 남편은 경희에게 상해를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냥 뺨만 때렸을 뿐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아내에 대한 실망감, 미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의 혼돈상태였다.

 

그런 다음 남편은 영식에게는 죽일 것처럼 포악하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몇 대 때리지는 못했다. 같이 갔던 일행과 모텔 종업원이 가운데서 말렸기 때문이었다. 영식에 대한 폭행은 왜 했을까? 그것은 아내를 빼앗긴 데 대한 분노였다.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도둑맞은 데에 대한 억울함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모텔 방에서 섹스를 하고 있던 상황에 대한 수치심과 더러움이었다.

 

한 밤중에 자고 있는데 도둑이 침입하여 금고에 있는 천만원의 현금을 훔쳐갔다고 생각해 보자. 주인은 그런 사실을 알고 심한 충격을 받고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잃어버린 돈 때문에 너무 아깝고 억울해서 오래 동안 잠도 못자고 괴로워한다.

 

하물며 자신의 부인을 도둑맞은 심정은 어떨까? 돈으로 보상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육체, 그리고 정신, 영혼을 모두 한꺼번에 도둑맞은 피해자인 남편은 아주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간통죄가 형법에 규정되어 있었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성교를 하면 징역을 보내는 법이었다. 그 시절에는 왜 간통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불륜의 사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남자와 여자를 감방에 집어넣었던 것일까? 징역형의 목적이 범죄인에 대한 교화에 있다고 하면, 간통범죄인은 징역을 살면서 무엇을 회개하고, 무엇을 반성하고 참회를 해야 했던 것일까?

 

한 때 날리던 연예인들도 간통죄로 구속되고, 연예계를 떠났다. 그들은 유부남과 유부녀를 사랑했던 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은 그런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시간이 가면서 간통죄가 불합리하고,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이상 형법이 남녀 간의 애정에 관여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적 고려가 지배적이었고, 끝내 국회가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는 헌법위반이라는 다수의견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간통죄가 없어진 지금에도 경희와 같은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거나 육체관계를 하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형법상 범죄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형법 이외의 다른 법률, 즉 민법에 따라 배우자에 대한 부정행위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간통죄가 존재하던 시절에는 간통현장에서 수많은 불상사가 있었다.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나체로 있는 장면을 목격한 남편은 이성을 잃고 공격을 가했다. 부정행위자들은 잘못이 있었기에 꼼짝 못하고 당했다.

 

 

흥분한 남편은 상간자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척추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칼로 찔러 살인도 했다. 아내의 음부를 불에 담군 인두로 지진 사건도 있었다. 현장에서 들킨 간통행위자들은 당황하여 모텔방에서 뛰어내리다가 척추를 다치기도 했다.

 

지금은 세태가 많이 달라졌다. 간통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결혼하자고 꼬여서 음행의 상습 없는 여자의 정조를 빼앗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징역을 보냈다. 지금은 혼인빙자간음죄도 없어졌다. 가짜 의사 행세를 하면서 여자를 꼬여서 결혼할 것처럼 육체관계를 하고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방법이 없다.

 

검사를 사칭했다고 해도, 검사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처벌대상이 아니다. 다만, 그런 거짓말로 여자로부터 정조만 빼앗은 것이 아니라 돈까지 편취했다면, 그것은 정조사기죄가 아니라 재물사기죄라는 재산범죄가 된다. 이렇게 남녀 간의 육체관계가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성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면 형법은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통하다 걸리면 기껏해야 3천만원 정도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제적 무자력자의 경우는 더욱 한심하다. 그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기도 어렵지만,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받아야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그래서 배째라고 나오면 상간자를 상대로 돈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상간자를 때리면 때린 사람만 상해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장에서 들킨 간통행위자들도 당당한 경우가 많다. ‘당신 아내와 성관계를 한 것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범죄는 아니다. 억울하면 위자료 청구를 하면 되지, 왜 여기 와서 큰소리냐. 이 바보야! 당신이 그런 식이니까 아내가 바람을 피는 거야. 이혼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해서 여자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물론 말로 이렇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상간자는 남편 되는 남자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달라져도 참 많이 달라졌다.

 

영식과 경희는 달랐다. 영식은 크게 맞는 않았지만 심한 공포심을 느끼며 무한한 절망에 빠졌다. 매우 비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영식의 아내가 경희문제를 가지고 따질 때, 그만 만났더라면 하는 후회를 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영식은 현장에서 난리 치고 있는 경희의 남편이라는 존재를 생각해 보았다. 왜 그렇게 난리를 치는지 이해가 되었다 만일 영식의 아내가 그런 현장에서 발견되었다면 영식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영식은 더 심한 태도를 보였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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