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게슈탈트 심리치료> 해설 (22)

 

철수(42, 가명)는 회사에서 영업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한 시간 동안 잔소리를 듣고 시말서를 썼다. 사장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혼자 술집에 가서 폭음을 하면서 자학을 했다. ‘나 같이 못난 놈은 살 가치가 없어.’ 이런 말을 되풀이하면서 철수는 자신이 좋은 대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영업을 못하는 것을 비관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미웠다.

 

영희(37, 가명)는 결혼 8년 차다. 의사인 남편과 어렵게 결혼했지만, 남편은 영희를 무시하고 아껴주지 않는다. 91, 오늘이 영희 생일인데도, 남편은 밖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늦게 들어온다. 영희는 혼자 백화점에 가서 자신을 위해 옷도 사고, 혼자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자신의 생일을 자축(自祝)하고 있다.

 

게슈탈트치료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 또는 심리상태를 <반전>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반전(retroflexion)이라 함은,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행동을 그 사람에게 하지 못하고, 대신 자기 자신을 향하여 하는 것을 말한다.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과 시비를 벌이다가 그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다음, 집에 가서 혼자 속상해하고, 자기 자신을 자학(自虐)하는 것이다. 정상인이라면 폭행을 당하는 순간 같이 싸워야하고, 상대를 향해 화를 내야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반전의 또 다른 형태는 개인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행동을 상대가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진 수험생에게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위로하거나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시험에 떨어졌다고 큰 일이 나는 건 아냐. 내년에 또 붙으면 되는 거지.’라고 자위하는 것도 반전에 해당한다.

 

유기체인 인간은 외부 환경과의 접촉경계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자각하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욕구의 총체적인 형태, 즉 게슈탈트가 형성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그러한 게슈탈트를 해결해야 한다.

 

인간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여 형성된 게슈탈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방에게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 상대방에게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 그 대신 자기 자신을 향하여 대신 행동을 취하는 현상이 바로 반전이다.

 

상대방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하면, 당한 사람에게는 폭행 또는 모욕을 인지하고, 자각하고, 알아차림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게슈탈트가 형성되고, 그러한 게슈탈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똑 같이 폭행하거나 모욕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반전이 일어나는 사람은 상대에게 폭행 또는 모욕행위를 가하지 못하고, 거꾸로 자기 자신을 향해서 화를 내고, 자학하고, 비관하고, 괴로워한다.

 

이러한 반전현상은 인간이 성장과정에서 불우한 환경에서 억압되었거나 위축된 상태에서 자기의 감정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외부 또는 내부의 압력에 의해 억누르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성격적으로 습관화된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인간이 욕구가 억제되는 것이 외부적인 환경 때문이거나, 부모나 학교 교사, 기타 권위자의 억압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이 스스르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내부 권위자로 변신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유기체인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끊임 없이 환경과 접촉하여 <전경과 배경>의 원리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자신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중요성이 있는 게슈탈트를 형성하고 즉시 즉시 해결하여야 한다.

 

그런데 반전은 유기체인 인간이 외부 사람이나 환경과 접촉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의 내면과 접촉하고 관계하면서 그에 따른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므로 <접촉경계의 혼란>의 현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전현상을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과 전체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통합적인 접촉을 못하고, 대신 유기체 자신의 일부와 접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과 정상적인 접촉활동을 못하는 결과가 된다.

 

반전현상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 또는 접촉, 교제, 관계를 하지 못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자기 자신과 내적인 대화를 주로 한다. 대인기피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반전을 경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허용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고, 따라서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며, 대신 내부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반전 행동을 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욕구를 해소하고,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전은 개인에게 있어서 심각한 접촉경계혼란 상태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반전의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추후에 상세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인터넷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한 사람이 가해자를 형사고소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리석고 힘이 없어서 그런 수모를 당했다고 자학하면서, 더 이상 인터넷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컴퓨터를 부숴버리는 행위를 게슈탈트에서 반전현상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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