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헤어질 때
유뷰녀가 사랑을 하다가 힘이 들어지면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렇게 한다. 아니면 더 이상의 애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는 다른 남자가 생겨 그렇게도 한다. 이것은 유부남이 이별을 선언하는 경우도 대개 비슷하다.
이때 유부녀의 애인인 상대 남자는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까? 순순히 물러나기도 한다. 남자 역시 애정이 식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마침 잘 됐다고 하면서 헤어지는데 동의한다. 남자의 애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안 만나면 죽고 못사는 정도도 아니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남자가 아직까지 깊이 사랑하고 그 여자 없으면 견딜 수 없을 때, 또는 그런 여자를 다시 만날 자신이 없을 때 여자를 놓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심각한 상황이 된다. 여자에게는 매우 위험하다.
남자가 체면도 버리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이때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부녀의 이별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것은 이혼이나 파혼과는 다르지만, 그 실질에 있어서는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상대가 있는 것이고, 이별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재산상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유부녀의 사랑과 이별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영희는 마침내 비장한 각오를 했다.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경원에게 죽어도 더 이상 못 만나겠다는 통보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영희는 현실의 무게 때문에, 삶의 고달픔 때문에, 힘들어도 애정관계를 끊고 마음 편하고, 몸 편하게 살고 싶었다. 영희 입장에서는 달콤한 순간의 쾌감보다 무감각한 상태의 평온을 더 간절히 바라게 된 것이다.
사랑을 하던 사람이 그 사랑을 종결시키기 위한 결의를 하는 수가 있다. 더 이상 만나지 말고,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다. 서로 합의해서 그렇게 하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그간의 사랑을 마무리하자고 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 그동안 들었던 정을 한쪽에서 끊는 것이다.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결혼한 사람이 애정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을 이혼이라고 한다. 약혼했던 사람이 애정관계를 단절시키면 파혼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랑했던 사람, 서로 정신적으로 애정을 나누고, 육체관계를 함께 했던 사람이 종전의 애정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은 단순히 이별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별의 의미를 사람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약혼식만 하지 않았을 뿐 거의 비슷한 동질의 애정관계가 파탄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그 의미는 이혼이나 파혼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도 결혼하지 않았고, 약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볍게 생각하고, 그냥 헤어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가 큰 코를 다치게 되는 것이다.
이별을 통보받은 상대방은 그것이 비록 결혼이나 약혼은 아니라 하더라도 똑 같은 상처를 받는다. 물론 두 사람이 자녀도 없고, 공동생활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할 것도 없고, 위자료를 지급할 것도 없으며, 자녀의 양육비지급의무도 없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애정관계를 무너뜨릴 때 상대방이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 사회적 체면의 손상,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추락,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이며, 결코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상황,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받은 상대방이 복수를 하거나 난리를 치게 된다. 그러므로 물론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육체관계까지 했던 남녀 사이를 정리할 때에는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배려를 해야 한다.
사랑이란 이성을 마비시킨다. 정신을 혼란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사회적인 체면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경원은 돌아버릴 직전까지 이르렀다. 영희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 만나주지 않으면 모든 것을 끝장내겠다"는 통고였다.
경원이 한 이러한 행동은 매우 극단적인 경우다.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모두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원처럼 정말 사랑했고, 좋아했으며, 깊은 정이 들었을 때 갑자기 여자가 특별한 사정 없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면 남자는 비이성적으로 되며,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에 몸을 떤다.
그래서 이상하고 불합리한 행동으로 나아간다. 인간의 역사는 이처럼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이러한 경우 여자가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배신(背信)이란 신뢰를 배반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믿음을 발로 걷어차는 것을 말한다. 사랑에 있어서 배신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출발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점차 정이 들고, 사랑이 깊어지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된다. 자신이 만든 사랑, 상대방이 함께 만든 사랑이 오래 갈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감은 곧 사랑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데에 대한 배신감, 그것은 곧 사랑에 대한 배신감, 그 사랑의 배후에 있는 상대방에 증오감을 의미한다. 사랑이 깨어질 때 인간은 사랑의 반대 개념인 미움과 증오로 가득 찬다.
사랑으로 채워진 사람은 부드럽고, 온순하며,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아진다. 하지만 미움으로 채워지는 경우에는 그와 정 반대로, 딱딱하고, 강경하며, 차갑고, 오해하기 쉬워진다. 그런 사람이 어떤 행동으로 나갈 것인지는 분명하다.
그는 상대방을 미워하고, 그에 대해 복수를 하려고 한다. 해꼬지를 하려고 하고,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극도의 불신, 배신감, 증오심을 가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불타게 된다.
그는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자포자기 상태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은 결국 인간의 영향을 받으며, 인간에 의해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태어나며, 인간에 의해 삶을 본의 아니게 마감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자신의 짝을 빼앗겼다고 해도, 일순간의 결투로 끝장을 내고 만다. 그 싸움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포기한다. 그 영역에서 멀리 떠난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애인을 빼앗겼어도, 아내를 빼앗겼어도 멀리 떠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맴돈다. 그리고 빼앗긴 애인과 행복을 누리는 연적을 가까이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불행과 비극의 단초가 된다.
남편이 있는 여자의 입장에서 사랑했던 사람이 이렇게 변해버릴 때 얼마나 무섭게 느끼겠는가? 섬뜩하다. 사람처럼 무서운 존재는 없다. 영희는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가정이란 이런 저런 이유로 꼭 지키고 싶은 존재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가정은 유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본능이다.
영희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경원을 달래야 했고, 그래서 또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영희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이성을 되찾게 되었고, 자꾸 매달리는 경원이 싫어졌다.
사람이란 참 미묘하다. 좋을 때 좋은 것이지, 한번 싫어지면 다시 좋아하는 감정을 되살리기가 어렵다. 꺼진 불 같아서 불씨를 찾을 수 없다. 돈을 준다고 해도 싫은 것이고, 아무리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도 싫은 것이다. 오죽하면 궁궐에서도 황실의 특권을 버리고 뛰쳐나오는 것이 남녀 간의 애정의 모순이 아니던가?
육체관계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편하고 애정이 있을 때 좋고 쾌감을 주고 만족을 주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하면 오히려 자신이 동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만 나쁘고 비참해지며,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자 경원은 영희 남편에게 자신들의 불륜사실을 폭로했다. 두 사람을 이혼시키자는 의도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영희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영희는 그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물론 자신이 만들었지만 그 더러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남편에게 사정을 하고 애원도 했다. 자식 때문에 이혼은 하지 말자고 구걸했다. 남편은 자식도 있고 해서, 참고 이해하고 살기로 했다.<이하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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