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3-11
지나가던 사람도 구경만 할 뿐 전혀 말리거나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를 때렸다면 말리거나 신고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체구 작은 여자에게 맞고 있고, 그 옆에는 다른 여자가 울고 잇으니, 분명 남자가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해서 여자들이 따지고 있는 것이고, 조금만 맞아도 남자는 의도적으로 아픈 척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구경만 하고 있으면서도 ‘남자는 나쁜 가해자, 여자는 불쌍한 피해자’로 규정지었다.
“은영씨 잘못했어요. 내가 책임질 게요. 용서해줘요. 미안해요.”
“당신이 뭐를 잘못했는지 말해 봐. 오늘 죽을 줄 알아. 네 애기도 아니라면서, 왜 지금까지 피해 다녔어? 그리고 그 여자는 왜 끼고 돌아다녀? 돈도 없다는 X이 클럽에서 여자하고 놀고 있냐? 이 나쁜 X아! 너 같은 XX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해. 죽어야 해.”
일단 세 사람은 그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태원의 밤은 어수선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대낮 같이 밝은 빛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도시의 고독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또는 일행과 함께 낯선 공간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사랑하는 방식은 예전과 달랐다. 남녀가 있어도 꼭 섹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밤의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맥주나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만으로도 욕망은 충족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꼭 섹스가 아니었다. 실존의 허망함, 외로움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그 무게를 함께 줄이자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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