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에 동네 테니스장에 갔다. 1시간 가까이 테니스를 쳤다. 이젠 저녁 시간에 바람이 예전과 다르다. 선선함이 느껴진다. 더운 기운이 가셔진 상태다. 열심히 테니스를 치니 약간 땀이 났다.
운동을 해서 땀이 나면 기분이 좋다.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흘리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결정체다.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값진 건 마찬가지다. 라이트를 켜놓고 시원한 바람 속에 테니스를 치고 있자니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축복이다.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음은.
운동을 마치고 미사리 경정장 뒤편 둑방길로 갔다. 강변을 걸었다. 하남시에서 몇 달전에 이곳에 가로등을 설치했다. 몇 킬로미터가 되는 강변 산책로에 가로등을 설치해 놓으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무섭거나 위험하지도 않게 되었다. 늦은 시간에도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다.
한강물은 검푸른색으로 진하게 보였다. 밤에는 사실 강물을 보면 약간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시원하게 뻗은 한강을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침묵하는 강을 보면서 나는 삶의 자세를 깨달아보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도 밤에는 또 달리 보인다.
미사리에는 많은 비닐하우스가 있다. 일부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들리는 것 같다. 내가 걷는 길은 3.5킬로미터 구간이다. 그러니까 왕복으로 7킬로미터다. 중간 지점에 개를 훈련시키는 센터가 있다. 오늘따라 개들이 조용하다. 끝까지 가면 미사리 카페촌이 나온다.
출발지점으로 돌아오자 세군데의 호프집이 있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시원한 강가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한다.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팔당대교 부근으로 갔다. 매운탕집에 가니 11시가 되었다. 일부 식당은 문을 닫았는데 내가 간 집은 새벽까지 한다고 한다.
매운탕과 장어를 시켰다. 장어는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인이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한참 후에 장어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장어를 1킬로그램 시켰다. 3만원이다. 매운탕은 메기와 잡어로 2만원이라고 한다.
장어를 시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주인과 싸움을 한다. 왜 자기가 먼저 와서 장어를 주문할 때는 안된다고 해놓고 다른 사람이 시키니 가능하냐고 하는 취지다. 우리는 공연히 미안했다.
주인 왈, 최근에 중국산 장어 파동이 있어 사람들이 장어를 먹지 않아 장어를 준비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리가 자꾸 해달라고 간청을 하니 다른 식당에 가서 얻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먼저 손님은 한번 주문하다고 말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싸움은 대개 그런 것이다. 상대방을 조금만 이해하려고 들면 아무 것도 아닌데 일단 기분나쁜 상태에서 상대방을 비난만 하면 더 싸움이 커진다. 제3자가 들어보면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다.
나는 동동주를 시켜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얼큰하게 취했다. 술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이 정도 마셔서는 끄덕도 안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약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밤 늦게 강변도로를 따라 한강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강은 내가 술에 취했거나 취하지 않았거나 똑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악산 포도 (0) | 2005.09.04 |
---|---|
가을은 몸으로 느껴라 (0) | 2005.09.04 |
호텔 앞 백일홍 (0) | 2005.09.03 |
이혼할 때 재산 챙기는 풍경 (0) | 2005.09.02 |
야간 산행 (0) | 2005.09.01 |